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무릇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족 중심의 기초적 인간관계가 형성되며, 성장함에 따라 사회적 관계로 확대된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러한 상호적(相互的) 관계를 통해 사랑과 인정을 받을 수 있고 있으며, 성공과 행복을 얻기도 하는 것이다. 미국 카네기 연구소의 연구에 의하면, 성공의 주요인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며,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행복의 90%는 인간관계에 달려있다'라 하였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사람들은 건전한 인간관계에 의해 위기를 잘 헤쳐 나가고 크게 성장의 길을 걸을 수 있었으며, 행복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인간관계야말로 중요한 '사회적 관계'로 우리 삶의 질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관태기(關怠期)라는 신조어가 등장하였다. 관태기(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란 '타인과 관계 맺기를 꺼려하는 시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젊은 20대의 모습을 비유하는 말이다.

 그러면 관태라는 신조어의 생성배경은 무엇인가? 첫째는 삶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의 20대는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극심함 취업난에 학점관리와 스펙을 쌓기 위해 여념이 없으며, 값비싼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하는 절박한 현실이다. 그러고 보니 경제적 여유는 물론 시간적·정신적 여유마저 없어, 인간관계는 또 하나의 부담이 되고 마는 것이다.

 다음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활성화로, 페이스 북, 카카오 톡 등이 관태기를 보다 심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SNS에 의해 인맥을 넓혔지만, 관계의 응집력은 비교적 느슨해,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별로 없는 것이다.

 끝으로 20대의 가치관 변화이다. 과거에는 개인보다 공동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사회였다. 그러나 오늘의 젊은이들은 자신의 개성이 존중받기를 바라며,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공동체에 소속되거나 인맥 쌓기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은 차라리 혼밥, 혼술 등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는 문화가 자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은 곧 '한 번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라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인생을 만들었다. 욜로족은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현재를 즐기며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면서 소비하는 태도'를 보인다. 내 집 마련과 노후 준비보다는 당장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원하는 취미생활과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남보다 자신을 우선시하려 한다.

 모름지기 인간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며, 사회생활은 대인적 교섭에 의해 영위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나가고 지금 내가 처한 곳에서 새로운 관계도 만들어가도록 힘써야 한다. 아울러 나를 둘러싼 다양한 인간관계를 이해하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기대나 요구 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자신은 물론 공동체 정신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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