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한 때 오지 않겠다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참가하기로 방향을 튼 것은 여러모로 다행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정이 허락한다면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일본 선수단을 격려하고 싶다"며 올림픽 참석 의사를 언론을 통해 밝혔다. 우리 정부도 즉각 이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일본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가 참석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53%였고,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한·일 관계를 고려해 참석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중국·러시아 정상의 방한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 정상의 참석은 뜻깊은 일로 환영해 마지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올림픽을 남북 화해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이 높은 가운데 일본 총리의 방한은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톡톡히 기여할 전망이다. 남과 북의 화해에다 경색된 한·일 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확실하게 전달하는 한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의 연대 필요성을 강조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고 한다.

 한일 정상은 물론이고 한중일 3국이 그 과정에서 최대한의 결실을 끌어낼 수 있도록 서로 도와 마땅할 것이다. 이를 통해 다져진 신뢰 관계는 당면한 북핵·미사일 문제 등 안보 현안뿐 아니라 경제·인적 교류 등 다방면에 긍정적 효과를 얻어낼 만도 하다.

 아베 총리 방한으로 문 대통령과 회담이 이뤄진다 해도 그 자리에서 당장 양국의 과거사 갈등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외교란 단시일에 풀 수 없는 난제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쨌든 한일 정상은 더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입장차를 좁혀가야 한다. 더욱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양국의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법 도출이 어렵다고 양국 관계가 마비되는 일은 피해야 하고 벽에 부닥쳤을 때는 적절한 명분으로 국면 전환의 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한일 정상이 모처럼 맞은 관계 개선의 기회를 양국 간 갈등을 덧내기보다 미래지향적 협력 과제에 집중하는 생산적 시간으로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모든 일에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아베 총리의 평창 참석이 한·일 관계 회복의 계기로 만들어 나가는 정교한 외교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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