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최근 국내 유력 언론들이 곧 닥쳐올 대학붕괴의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100여개 정도의 대학이 폐쇄되어야 한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참으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교수와 직원만 5만 명 이상이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미 10년 전부터 예견된 대학의 쇠퇴는 수험생 부족이라는 시장의 변화로 지방대로부터 구체화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와 정부에 의해 폐교된 대학들 거의가 지방대학들이다.

 실제 교수 직위에 걸맞은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이미 붕괴된 것과 마찬가지의 지방대는 족히 50개가 넘는다는 소문이다. 이런 실질적 부실 대학이 존재해서 안 되는 이유는 모든 피해가 학생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통계상으로 2018학년도 대입 수험생 수는 58만여 명이었다. 2019학년도 밀레니엄 베이비붐 세대를 지나면 2020학년도 수험생 숫자는 53만 명 정도가 되고, 2023학년도에는 43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수험생 감소라는 쓰나미가 수도권 대학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 타격은 고스란히 지방대학에 미칠 것이다. 수험생들의 수도권 대학 선호가 뚜렷하고 수도권 대학들이 정원감축을 양보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결국 많은 지방대학들이 통째로 사라지거나 인기 없는 학과의 절반 이상을 잃게될 것이다.

 상도의상 기업이 특정 상품의 생산을 중단할 때는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예고를 한다. 대학도 폐교나 폐과를 미리 공지함으로써 수험생들이 피해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학 내부적으로는 객관적인 평가를 통하여 사라질 학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조기퇴직을 활성화하고, 교수 재배치 로드맵도 협의를 통하여 마련해야 한다.

 왜 이런 준비를 해야 하느냐 하면, 조직이 몰락의 지경에 처하면 인간의 본능적 생존의식은 내부적으로 극심한 투쟁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은 조직이 통제하기 어려운 혼돈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때 미리 타협된 재구조화의 로드맵이 없다면 경영진과 교수 간, 학과 간, 학과 내 교수 간 극한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3년밖에 남지 않은 수험생 절벽이라는 쓰나미에 대비하여 재구조화의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대학 경영진이나 교수사회가 서로 눈치를 보며 먼저 대비책에 대한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그때 가봐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죄 없는 학생들만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고 경쟁력 있는 학과들마저 신뢰를 잃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때문에 정부나 대학교육협의회, 대학 차원에서 붕괴에 대한 대비책이 철저히 준비되고 수험생의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은 미리 예고되는 것이 옳다. 그것은 작은 일 같지만, 교육계가 지켜내야 할 양심으로서 살아남은 대학이나 학과들의 신뢰와 경쟁력을 높여주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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