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북 측과 해빙무드가 복원되고 있다. 남북이 하나가 되어 평화통일로 가는 첫걸음이 되길 소망한다. 하지만 북 핵에 대한 진전이 없으면서 마냥 해빙으로 가는 분위기는 성급함이 앞서는 느낌을 준다. 북 측은 '북 핵 억제'에 대해 말도 못 꺼내게 하고 있다. 오히려 한·미 연합훈련을 이참에 없애라고 으름장을 내놓고 있다. 우리 측에서는 북 측의 신경을 건드릴까 조심스러워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와 여당이 잇따라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전날 열병식을 열지만, 이는 올림픽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의 의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매년 4월 25일 기념하던 조선인민군 창건일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전날인 2월 8일로 옮기고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평창동계올림픽과는 무관하며 우연히 날짜가 겹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열병식은 북한의 내부적 수요에 따른 행사이고 올림픽을 겨냥해 갑자기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흐름에 대해서 대다수 국민들로 하여금 거부반응을 억제할 수 없다. 유엔 총회는 작년 11월 157개국이 공동 제안한 '평창동계올림픽 휴전 결의'를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7일 전부터 패럴림픽 폐막 7일 후까지 모든 적대 행위의 중단을 촉구한다는 내용이다. 대규모 무기를 동원하는 북한 열병식은 이 결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마크 내퍼 주한 미 대사대리가 최근 "북한 열병식은 올림픽 정신의 훼손이자 국제사회를 향한 정면 도전"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미는 올림픽 기간 긴장 완화를 위해 통상 2월 말 시작하는 연합 훈련을 연기한 상태다.

 북한은 최근 마식령스키장과 '원산·갈마 관광지구' 등 김정은 치적 사업 홍보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이 지역에서 남북 스키선수 합동훈련과 금강산 합동문화행사가 열리는 점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것이다. 북한의 대외선전용 매체인 '메아리'는 한글과 영어로 된 마식령스키장 홍보 동영상을 올렸다. 이 동영상에는 스웨덴 아레코(areco)사의 로고가 찍힌 분사식 제설기와 이탈리아 업체의 중장비 제설 차량, 캐나다 업체의 스노모빌 등 대북 제재 품목이 버젓이 공개됐다.

 남북선수들의 스키 합동 훈련 장면과 함께 이 장비 영상이 보도될 경우 대북 제재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마식령과 인접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이 우리 방북단 일정 등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측 선발대 방북 전날엔 '세계 일류급의 마식령스키장'이라는 홍보 기사가 나왔다.

 북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의 추가 대북 제재에 대해 "남북 교류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흉심"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측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돈줄 마른 북한이 관광객 유치로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대북 제재를 물타기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 인민군 창건 열병식과 마식령스키장 홍보'를 보면서 북 측의 의도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안보불감증을 불러오는 계기가 되지 않길 바란다. 한·미 연합훈련 재개를 통해서 튼튼한 안보의식이 되살아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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