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나라가 늙어가고 있다. 어떤 국가정책에도 좀처럼 오르지 않는 저출산율, 이것이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결혼율도 떨어지고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 신혼부부의 36%는 출산을 하지 않아 급기야 연 출생아 수가 4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가임 인구와 결혼 건수가 동반추락하면서 5년 뒤에는 그 수가 20만 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에 10년간 12조를 썼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인구 절벽만 더 심해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한 각종 저출산 대응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2001년 이후 1.3명의 초저출산 수준 이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아이를 받는 병원 수도 전국에 603개로 지난 10년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농촌에서는 아이를 낳을 수 없어 도시로 나가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그 결과 농촌에서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끊어진지 오래다. 지자체들도 아이를 낳으면 출산장려금을 주는 등 각종 혜택을 쏟아내고 있고, 정부도 출산 휴가, 육아 휴직 등 갖가지 출산 대책을 내어 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저출산율의 주요 원인으로 장시간 근로와 높은 교육비를 꼽는다. 맞벌이, 고소득일수록 자녀를 낳지 않으려는 경향이 더 심하다. 아이에게 지출해야 하는 교육비용도 만만치 않다. 9세 이하 아동의 교육비는 매달 평균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부모 10명 중 9명이 육아비용에 등골이 휜다.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해야 한다. 부모가 잘 키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국가가 나서서 아이들을 보호하고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그런데 산후 우울증으로 아이를 살해하는 엄마들이 있고, 홀로 육아나 남편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한 아동 학대도 만연해 있다. 생활고를 비관한 나머지 아이들과 동반자살을 시도한 부모들의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부모가 무엇인지,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배우지 못한 준비 안 된 부모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좋은 부모가 되는 교육이다. 그런데 나이가 어린 부모들은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할지도 모른다. 국가는 아동보호기관을 더 활성화시켜 학대받는 아이들을 부모와 격리시켜 잘 보호하고, 부모교육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아이의 특성과 그에 맞는 양육법, 문제 발생 시 어떻게 아이에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요구된다. 아기를 낳고 누구한테도 보호받지 못했다는 감정이 쌓여 있는 어린 부모의 상처에 대한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아이는 우리의 미래요 희망이다. 아이가 없는 국가는 미래가 없다.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고, 국가가 아이를 어느 정도 책임지는 서방 선진국의 정책을 롤 모델로 삼을 필요도 있다. 쉽게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졌을 때 한국은 아이 소리가 끊어지지 않는, 희망이 있는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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