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 충북주민자치회장

[홍순철 충북주민자치회장] 우리 지역에 지속 가능한 '마을살리기 정책'에 대한 구상을 의논하기 위해 관계자들을 만나 회의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눈발이 몇 송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얼마 되지 않아 펑펑 함박눈이 되어 금세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렸다. 내리는 눈을 온 몸으로 맞고 아무도 밟지 않을 하얀 길에 오롯이 내 발자국만을 남기며 동네 골목을 돌아섰다. 좀 전 회의 때 미처 결정되지 못한 논의사항들도 떠오르고 눈 내리는 이 겨울밤이 결코 낭만적이지만은 않을 독거노인부터 일자리 창출을 절절한 사연으로 상담하던 다문화가정까지 필름처럼 머릿속을 지나갔다.

 주민자치위원으로 우리 동네와 지역에 봉사하고 헌신한 시간이 그리 지나가는 동안 많은 일들을 성취하고 노력했다고 자부하였는데 아직도 갈 길은 멀고 해야할 일은 태산과도 같이 느껴지니 잠시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내가 지금 걸어온 이 지역의 모든 주민들과 다 같이 잘 살며 각자가 모두 자신의 삶에 만족한 마음으로 살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민자치의 본질에 대한 생각으로 온통 가득해졌다.

 주민자치란 곧 스스로 하는 것을 말한다. 사전적으로 '주민'은 '특정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을 말하고, '자치'는 '제 일을 스스로 다스려 감'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라는 의미는 주민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역을 다스린다는 말로 정의할 수 있겠다. 주민자치가 실현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와 공동체에서 자발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의 의제를 정하고 스스로 실천하며 모든 결정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행위를 뜻한다.

 주민자치의 주체는 당연히 주민이다. 그렇다면 주민자치운동의 주체에 대한 답도 당연히 따라 나온다. 주민자치운동의 주체는 주민이다. 주민이 주체로 나서지 않는 운동을 통해 주민들이 지역사회의 주인·주체가 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의 주민자치는 자립하지 못하고 혼자 서있지 못한 상태이다. 주민이 주체라야 할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정확한 위상정립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센터의 궁극적 운영주체인 지역주민과 도입을 주도하고 지속적으로 지원을 담당해야할 지방정부가 그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데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의 기반조성은 민주적 역량이 성숙된 주민 참여하에서 발전적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오래고 낡은 권위주의 형식주의를 버리고 자율적으로 그리고 창의적으로 지역의 작은 일부터 주민 스스로의 힘과 지혜로 해결해 가는 새로운 자치문화를 형성하고 공동체 문화를 회복하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얼마 전 필자는 청주시 주민자치협의회장의 자리에 연임이 되었다. 주민자치의 올바른 길을 찾아 많은 일들을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나의 결의를 많은 주민들이 믿어준 덕이라며 마을과 지역에 헌신하리라는 결심에 제법 상기되어 있는 터이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생각하며 더 많이 실천하여 그 역량을 최대한 키워나가 청주시의 주민자치가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데 중대한 가교 역할을 하리라 다시 한 번 결심을 하였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했다. 추운 겨울을 함께 이겨내고 나면 따스한 봄을 나눌 수 있듯이 그렇게 주민자치의 모든 시간이 의미 있게 쌓여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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