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이 동생인 김여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함으로써 남북정상회담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정은의 특사자격임을 밝힌 동생 김여정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답했다.

김 부부장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하는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으로 전날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왔다. 북한을 철권 통치해온 김일성 일족을 뜻하는 이른바 ‘백두혈통’이 대한민국 땅에 들어온 것은 지난 1950년 6·25 때 북한군에 의해 사흘만에 함락됐을 당시 북한 수상이던 김일성이 인민군을 따라서 들어온 이후 68년 만이라고 한다.

김정은이 갑자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에 나서고, 혈육까지 남한에 보내 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한 것은 그가 평화주의자로 변해서가 아니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의 부산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미국이 압박수위를 높여가며 목을 조여오고, 선제공격 가능성을 수시로 언급하자 급기야 위기를 실감한 김정은이 전술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연말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대규모 군중대회를 열어 자축했다.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에는 대규모 열병식을 감행해 잔치마당 앞에서 힘자랑을 했다. 그러나 핵탄두의 소형화와 핵 장착 장거리 미사일의 실전배치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완성하기 전에 미국의 선제공격을 받으면 핵무기체제완성은 고사하고 체제 자체가 붕괴될 것은 자명하다.

미국은 북한의 핵폐기가 전제되지 않는 남북 대화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이 주최한 올림픽 개막 전날 리셉션에도 늦게 식장에 들어왔고, 김영남위원장과 마주 앉도록 마련된 자리에 앉지 않고 다른 나라 정상급 인사들과 악수를 나누고 곧장 퇴장해버렸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은 “동맹국의 의사를 무시하고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쇼로 접근하다가 빚은 또 하나의 외교참사”라고 비판했다. 펜스 부통령은 줄곧 “북한의 비핵화는 북한과의 대화 시작의 전제조건이지 대화의 끝(목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강경하게 고수해왔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김 위원장의 초청을 사실상 수락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번 3번째 남북 정상회담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와는 달리 성사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 폐기 없는 대화는 무의미하며 한반도 평화론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북의 비핵화를 남북정상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당당하게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핵을 갖고 있는 북한과는 공존할 수 없다. 따라서 남북 정상회담의 목적은 북의 핵 폐기에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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