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 컬처디자이너·에세이스트

[변광섭 컬처디자이너·에세이스트] 눈보라가 지나가고 바람마저 떠난 자리, 고요 속에 홀로 피어나는 매화. 유난히도 춥고 찬바람 매서웠기에 좀처럼 꽃피울 생각을 않더니 조용히 꽃대를 내밀기 시작한다. 정중동(靜中動)이라고 했던가. 북풍한설 속에서도 매화는 쉬지 않았다. 소리 없이 맑은 미소, 향기로운 풍경을 빚고 있었다. 이처럼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머뭇거리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미래를 위해 더 큰 성장통을 허락한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라는 저서를 통해 장르와 경계를 넘나드는 멀티재능을 갖춘 인재들이 필요하다며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를 강조했다. 산업화 시대에는 기능과 대량생산을 강조했지만 이제는 디자인으로 차별화하고, 단순한 주장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스토리를 겸비해야 하며, 집중하는데 그치지 말고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논리적인 사고 외에도 다수의 공감을 얻어야 하며, 진지한 것만으로는 안 되고 놀이와 학습이 병행되어야 하며, 물질의 축적에만 그치지 말고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주장이긴 하지만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은 <생각의 탄생>을 통해 창조적 사고와 지식의 대통합을 통한 신르네상스를 강조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피카소, 마르셀 뒤샹, 버지니아 울프 등 세계적인 과학자나 예술가 모두 창조적인 사고와 행동, 지식의 대통합을 통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었다. 이들은 모두 마음의 눈으로 관찰하고, 머릿속으로 형상을 그리며 모형을 만들고, 유추하여 통합적 통찰을 이끌어 냈다. 이러한 노력이 없었다면 문학, 예술,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오늘날의 발전은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앙리 베르그손은 <창조적 진화>를 통해 인간과 생명, 그리고 우주를 연결하는 방대한 사색의 공간을 통찰하게 한다. 그는 변화 가능성이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진화라고 규정했으며 창조와 조화, 저항과 통합을 통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했다. <창조적 진화>, <생각의 탄생>, <새로운 미래가 온다>라는 세 권의 책이 주는 화두는 끝없이 자기개발과 변화와 혁신을 통해 글로벌 세계의 주인이 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격동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마음이 편치 않다. 정치적인 혼란과 북핵을 둘러싼 동아시아의 불편한 관계는 물론이고 일자리에서부터 청년, 노인, 여성, 문화예술, 환경, 도시개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발목잡고 있다. 끝없이 반목되는 갈등과 대립, 저출산과 높은 자살률, 잇따른 폭력과 안전사고….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지 막막하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위기 속에서 기회가 오는 것이다. 혁명은 소리 없이 찾아온다. 정치혁신과 교육개혁, 경제 활성화와 사회통합, 문화복지와 문화도시, 창조경영과 감성경영, 하이브리드와 친환경, 지역성과 글로벌, 다문화와 예술가치를 새로운 미래의 아젠다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공감과 협력과 창조의 정신으로 말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멋진 신세계를 위해 우리 모두 가슴 뛰는 일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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