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안내면 동대리 조재현씨
보건지소 맞은편서 장사
한달 모은 10만원 기탁
따뜻한 나눔 실천 귀감

▲ 지난 12일 충북 옥천군 안내면 동대리에서 조재현씨가 붕어빵을 굽고 있다.

[옥천=충청일보 이능희기자] 마을 인구 140여명의 아담한 시골에서 붕어빵을 팔아 모은 돈을 면사무소에 내놓은 기부 천사가 있어 화제다. 

작지만 큰 나눔을 실천한 주인공은 안내면 동대리 동대보건진료소 맞은편에서 붕어빵을 파는 조재현씨(64).

조씨는 올해 1월 붕어빵 장사를 시작해 한 달간 모은 돈 10만원을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써달라며 지난 12일 안내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기탁했다.

적은 돈이라 부끄럽다며 한사코 손 사레를 치던 조씨는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데 의미가 크다는 면 직원의 끈질긴 설득 끝에 말문을 열었다.

조씨는 겨울철 주된 생계 수단인 농사를 지을 수 없자 생활비라도 조금씩 벌자는 생각에 올해 1월 붕어빵 기계를 임대해 동대보건지소 맞은편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아담한 시골마을에 처음 생긴 붕어빵 장사가 신기한 듯 오고 가는 주민들이 한번 씩 사 먹기는 해도 교통량도 적고 유동인구가 적어 하루 매상이 몇 천원 남짓일 때도 많다.

차를 타고 동대보건지소 앞을 지나 보은을 오가는 사람들이 손님의 대부분으로 추우면 많이 팔리는 붕어빵 특성상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 날씨가 오히려 반갑기도 했다. 

비닐 천막 한 장으로 눈과 추위를 이겨내며 첫 달 약간의 돈을 만져본 조씨는 "난 그래도 입에 풀칠은 하고 산다"며 "입을 것 못 입고 먹을 것 못 먹으며 나보다 더 어렵게 사는 이웃들을 위해 처음 번 돈을 보람있게 써보자 결심했다"고 말했다.

조그만 구멍가게 장사와 농사로 자식 넷을 다 취업시키고 남편과 단 둘이 살고 있다는 조 씨는 "사람들이 얼마 찾지 않는 이 곳에서 장사하기는 솔직히 쉽지 않다"며 "하지만 돈 버는데 크게 욕심 안내고 오가는 사람들과 정 쌓으며 지내기에는 참 좋다"고 말했다.

또 "너무 적은 금액이라 도움이 될까 했지만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며 "매년 기탁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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