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광 청주시 상당구 환경위생과

[허태광 청주시 상당구 환경위생과] 우리나라에서 '정현 신드롬'이 일고 있다. 22세의 나이로 세계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에 속하는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최정상급 선수 노바크 조코비치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세계 4강에 들었으니 온 국민의 뜨거운 성원과 관심을 한 몸에 받을 만도 하다. 특히 세계 4강 진입이라는 외적인 성적이외에도 대회 1회전부터 16강전, 8강전, 준결승에 이르기까지 6경기를 연속해서 치르며 속 살갗이 훤히 보이는 발바닥 물집 부상을 임시방편인 진통제로 통증을 완화시키며 경기를 펼쳤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불꽃 투혼을 불태운 그의 의지가 국민들의 가슴 속을 파고들어 깊은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치르며 가장 큰 수확은 자신감을 얻은 것"이라면서 부상으로 인한 다음 대회 출전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이번 대회를 통해 이미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내 발이 그만큼의 통증을 기억하고 잘 버텨줄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전 세계 240여 개국 80억 명에 육박하는 인구 속에서 어떤 분야에서든지 TOP10 안에 든다는 것은 말 그대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국민들의 마음을 일치단결시키고 국가의 소중함도 일깨워주곤 한다. 우리나라는 88서울올림픽의 성공 개최와 2002 월드컵축구 4강 신화, 골프 박세리 선수가 양발을 벗고 물에 들어가 US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일이나 수영 박태환 선수와 피겨스케이트 김연아 선수가 아시아인의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일등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큰 감동과 함께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물했다.

 최근 베트남에서 또다시 한류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월드컵축구 4강 신화를 이룰 때 히딩크 사단에서 코치로 활약했던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박항서 감독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축구대회에서 베트남을 준우승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에서 한번도 4강에 들지 못했던 팀에서 감독 부임 3개월 만에 이룬 성과라고 하니 베트남 국민들이 느낄 그 감동은 우리나라가 월드컵축구 4강에 올랐을 때와 사뭇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박항서 감독은 중국에서 열린 이 대회 결승전에서 연장전의 혈투 끝에 우즈베키스탄에 2대 1로 패하고 준우승을 차지한 베트남 축구 선수들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침묵하고 있을 때 아들 같은 선수들을 꼭 껴안고, 토닥여주며 선수단을 향해 "우리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그러니 절대 고개 숙이지 말라"라고 했고 "준우승을 했지만 너희들은 충분히 기뻐할 자격이 있다"라고 거듭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제야 베트남 축구대표 선수들은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를 들고 운동장을 누비며 준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고 한다. 이러한 박항서 감독의 '라커룸 리더십'이 베트남 사회에 큰 감동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정현 선수가 인터뷰 말미에서 던진 말 한마디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우리 모두 다 같이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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