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준 청주대 교수

[정창준 청주대 교수] 정권교체 이후 시작된 적폐청산 구호는 정치권에 대해서만 국한할 수 없다. 이제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한 사회 곳곳의 적폐 쓰레기들로 오늘은 또 어디서 불쑥 어떤 쓰레기가 터져 나올까 싶다. 지금까지 터져 나온 것들을 열거해 보면, 법조계의 여검사 성추행사건부터 병원 간호사에 대한 병원장의 간호사 장기자랑 갑질추태, 강원랜드의 채용비리에 대한 국회의원 청탁사건, 금호 아시아나 그룹 회장의 여직원들에 대한 성희롱 논란, 연극계의 연출가 이윤택의 성희롱 사건 등등 온 사회 각층에 만연되어온 적폐 쓰레기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니 정신이 없을 정도다.

 또 방금 들어오는 뉴스는 이른바 간호사 길들이기 악습에 한 귀중한 목숨이 세상을 등졌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이상 열거한 이 모든 적폐 쓰레기의 공통점은 조직의 권력구조에서 발생하는 갑질 적폐이다. 평소 드러내지 못하고 눈치만 보아오던 이들의 목소리가 MeToo운동의 일환으로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그동안 안으로 곪아 괴로움과 고통에 신음하던 목소리의 울부짖음이다.

 몸이 아픈 환자들에게 숭고한 봉사정신으로 시작하는 새내기 간호사들은 재단 체육대회에 장기자랑이란 명목아래 원치 않은 선정적인 옷을 입고 춤을 추어야 했을 때 얼마나 쓰라린 자괴감을 가졌을까. 도대체 환자들을 돌보러간 그곳에서 무슨 숭고한 봉사정신이 발휘될 수 있을까. 우리의 딸과 누이들의 인권이 그렇게 짓밟혔다.

 항공사는 국내이건 국외이건 20~30대 여성들에게는 한번쯤 꿈꿔보는 직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건 뭐 항공사 회장이라는 늙은이가 매주 비행을 앞둔 일터를 방문하여 우리의 딸과 누이들로 하여금 일터 로비에서 원모양으로 도열하고 손뼉을 치며 맞이하게 한단다. 심지어 안거나 팔짱도 끼운단다. 북한의 기쁨조 역할이다.

 KBS내에서는 MeToo 운동의 일환으로 20년차 여성기자는 성추행 사실을 고발한다. 점입가경이다. 회식에서 간부 옆자리에 앉아 술을 따르라는 강요는 애교수준이란다. 피해자 모두 우리의 딸과 누이들이다. 문학계도 발칵 뒤집혔다. 존경해마지 않아오던, 설마 그 사람이 했던 고은 시인도 성추행 폭로에 그의 명성은 하루 아침에 땅속 저 끝으로 추락해 간다. 워낙 유명인사라 충격이 더하다. 연극계도 예외는 아니다. 연출가 이윤택의 성추행 폭로내용은 저질스럽기까지 하다. 오로지 생계와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참아야 했던 피해자 모두 우리의 딸과 누이들이다.

 성추행 폭로 MeToo 운동에 불씨를 당긴 사법부의 여검사 성추행 사건은 최고권력기관에서 조차도 갑을관계의 부당한 적폐가 있어왔다니 아연실색할 만하다. 설 명절이 지나니 아침, 저녁으로 봄이 오는 기운이 여전하다. 이참에 봄맞이 대청소로 사회 곳곳에 쌓인 적폐들을 일소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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