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미국 상무부가 한국 등 외국산 철강 수입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방안을 발표해 설연휴를 지내는 한국경제를 강타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각) ‘무역확장법 232조’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해 브라질 중국 러시아 이집트 남아공 베트남 등 12개국 철강제품에 53% 관세를 부과하거나, 모든 국가의 철강 수출을 2017년 수준의 63%로 제한, 모든 수입 제품에 일률적으로 24%의 관세 부과 등 세가지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1일까지 이 중 하나 또는 일부를 선택하게 된다.

한국으로서는 지난달 세탁기 태양광에 긴급 수입제한 조치(세이프 가드)를 당한데 이어 올들어 미국으로부터 두번째로 맞는 무역제재 폭탄이다. 대부분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어서 피해 폭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세탁기 제품의 경우 삼성·LG전자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고 직접적인 피해 규모가 연간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산 태양전지와 태양광 패널 제품은 가격 경쟁률이 떨어져 현재의 약 1조4000억원(약 13억달러)인 대미 수출 물량이 최대 3분의 1가량 감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 미국에 연간 365만t, 금액으로는 32억 5000만달러의 철강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캐나다(580만t), 브라질(467만t)에 이어 세번째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12개 철강 수출국 제품에 53%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선택한다면 가격 경쟁력이 무너져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이프가드, 반덤핑관세부과 등 미국의 무역 제재가 세탁기 태양광 철강 제품 뿐 아니라 냉장고 TV 자동차 등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으로 확산될 경우 한국경제가 어떤 상황에 빠져들지는 가늠조차 어렵다. 미국은 이미 한국산 반도체에 대해선 특허 침해 조사에 착수했고,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도 진행중이어서 결과에 따라 대미 무역에 엄청난 타격이 우려된다.

문제는 이러한 미국의 무역 제재가 군사 동맹국 한국에 유독 가혹하다는 것이다. 같은 동맹국이면서 대미 무역흑자가 한국(지난해 228억 달러)보다 훨씬 많은 일본(688억 달러)은 제외됐다. 철강부문 대미수출 1위인 캐나다가 빠진 것도 제재 대상국 선정 기준이 무엇이냐는 의문과 함께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해 중반 이후 사드배치를 놓고 중국에 계속 저자세를 보이고 미국에 배신감을 안겨줄 때부터 예상됐던 결과이기도 하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순방 때 지나친 친중적인 자세를 보인 것, 미국의 대북제재를 흔든 남북대화 추진 등 한국 정부의 일련의 외교행보,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도를 넘는 반미시위를 일삼은 일 등도 이번 조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지난 12일 “한국 중국 일본이 25년간 엄청난 무역흑자를 취해 미국을“살인해왔다”며 호혜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번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폭탄은 시작에 불과하며, 더 크고 넓은 무역 보복조치를 예고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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