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2018년 무술년 새해의 설날 아침, 최고의 세배와 선물을 학수고대하였다. 차례를 지낸 후 온 가족이 모여 윤성빈 선수의 이틀째 3, 4차 경기를 손에 땀을 쥐며 바라보다가 성묘를 갔다. 차 안에서도 지켜볼 정도로 궁금하였고, 내가 응원하여야 금메달을 차지할 것 같았다. 전날 있었던 1, 2차 경기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100분의 1초를 다툰다는 스켈레톤 경기라서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윤성빈 선수는 우리의 간절한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설날인 2월 16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남자 스켈레톤 3, 4차 최종 주행에서 3분 20초 55의 압도적인 기록으로 한국 썰매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전에 무려 380회 주행을 하며 철저하게 분석하고 몸으로 익힌 트랙을 거침없이 내달렸고, 그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윤 선수는 환호하는 관중에게 아니 온 국민을 향해 뜻깊은 세배를 할 때, 얼마나 자랑스럽고 기뻤던지 큰 박수를 보내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온 국민에게 설날 최고의 세배이며 값진 선물이었고,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선수로도 처음으로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따낸 세계에서 가장 썰매를 잘 타는 사나이가 되었다. 윤 선수에게는 어느새 천재에서 스켈레톤의 황제라는 칭호가 붙었다.

 윤 선수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본 김영태 선생님과 강광배 교수님의 혜안(慧眼)과 집념이 없었다면 흙 속의 진주처럼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니, 모든 면에서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막중한가를 입증하고 있다. 스켈레톤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씨앗을 뿌린 지 6년 만에 우뚝 성장한 거목이고 위업이다. 윤 선수는 피나는 노력 끝에 우상이자 라이벌로 여긴 라트비아의 두쿠르스까지 완전히 제압하고 통쾌한 승리를 거둔 스타이다.

 평창 하늘에 두 번째 애국가가 울리는 시상식 모습에도 감동하였다. 털모자도 벗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 오른손 손가락을 가지런히 붙인 모습도 아주 믿음직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손가락을 쩍 벌리고 경례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런 늠름하고 젊은 주인공들을 보니 희망이 보이고 자랑스러웠다. 세계 정상에 오른 후. 윤성빈 선수의 인터뷰도 가슴에 와 닿았다. "설날 아침 경기라서 걱정했다. 국민들이 많이 못 볼까봐 걱정했다. 그런데 현장 응원도 해주시고, TV시청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그런 응원 덕분이다. 끝이 아닌 시작이다."

 윤 선수와 동갑내기이고 함께 훈련하며 동고동락(同苦同樂)한 끝에 깜짝 성적으로 6위를 차지하고, 윤 선수의 대관식을 진심으로 축하해준 김지수 선수에게도 찬사를 보낸다. 온 국민이 특히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모든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이 재능을 살리며 즐기면서 피나는 노력으로 개인과 국가를 빛내주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생각하고 바라보고 행동하면 이루어진다."는 최고의 설 선물을 준 윤성빈 선수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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