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한영 기자] KAIST가 23일 오후 2시 교내 류근철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해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이장무 KAIST 이사장, 이수영 발전재단 이사장 등 교내외 인사와 학부모 등 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위수여식을 갖는다.

이날 학위수여자는 박사 644명, 석사 1352명, 학사 740명 등 총 2736명으로, KAIST는 지난 1971년 설립 이래 박사 1만2375명, 석사 3만1528명, 학사 1만7222명 등 총 6만1125명의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배출하게 됐다.

학사과정 수석 졸업생은 수리과학과 박성혁씨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을 예정이며, 이밖에도 이사장상은 전산학부 김형석씨, 총장상은 화학과 정회민씨, 동문회장상은 생명과학과 김기송씨, 발전재단이사장상은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이승훈씨가 수상한다.

 
 

이번 학위수여식 화제인물은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검정고시 출신 박사 졸업생과 나란히 석사학위를 받는 쌍둥이 형제, 박사 누나와 석사 동생 등이다.

고등학교 자퇴 후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한 경력을 지닌 전기 및 전자공학부(지도교수 권인소) 오태현(31세) 박사과정 졸업생은 "주어진 환경에 대한 원망이 많았지만 불평하고 멈춰서는 대신 그 환경을 정복하고 이겨내는 쪽을 선택했습니다"라며 "극복해낼 수 있는 한계를 넓혀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잡초정신이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했다"고 소회했다.

오태현 박사


IMF 외환위기를 겪던 시기에 중학생이었던 오 씨는 실직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하는 홀어머니의 부담을 덜어드리려고 빠른 취업이 보장되는 전산계통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가족을 떠나 타지에서 시작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자괴감과 원망 등으로 1년여 만에 자퇴를 선택했다.

이후 생계에 보탬이 되려고 정비소에 취직했지만, 당시 마주했던 것은 자퇴생을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었고, 이에 공부를 시작해 수능 시험을 치렀으나 500점 만점에 200점이 안 되는 점수를 받고 대학 입시에 떨어졌다.

이전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다시 1년을 노력한 결과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광운대)에 진학했고, 평점 4.5 만점에 4.43의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면서 2010년 KAIST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오 박사는 7년간의 석·박사 과정 동안 교내 연구실적 평가 최우수상, 삼성 휴먼테크 논문대상 금상 등을 다수 수상함은 물론, 2015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 연구소 펠로우십(Microsoft Research Asia Fellowship,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시아 지역의 우수한 박사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장학생)'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발되기도 했다.

신성철 총장은 "글로벌 쉐이퍼(Global Shaper)로서 세상을 바꾸고, 글로벌 이노베이터(Global Innovator)로서 세상을 혁신하고, 글로벌 무버(Global Mover)로서 세상을 움직여주길 바란다"고 졸업생들을 격려한 뒤 "인류 사회에 여러분 한명 한명의 이름을 남기고 눈부신 업적과 교훈을 남기길 바라며, 이것은 KAIST 졸업생으로서 여러분에게 부여된 역사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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