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한국교원대학교에 청주 IT 여성새로일하기지원센터를 연 지도 벌써 3년이 되어간다. 센터의 주요활동은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직업교육을 하고, 취업을 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다. 경력단절의 가장 큰 이유는 육아이기 때문이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전적으로 자녀교육을 맡으려면 안정적인 월급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조건 때문에 육아를 선택한 여성들에게 육아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돈을 벌어 보라고 설득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들에게 사회적 역할의 의미를 깨우쳐 줄 수 있는 방법은 돈의 필요성이 아니다. 그런데 경력단절 여성의 딜레마가 요즘 젊은이들에게까지 확산되는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쉬었음"이라고 응답하면서 구직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나이가 30-40세가 되도록 그냥 부모님 집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것은 육아를 위해 사회적 역할을 포기하는 경력단절 여성의 문제보다 더욱 심각하다. 하지만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적은 것 같다.

 최저임금과 같은 일자리 지원 정책들은 구직을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돈이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가지라고 설득하는 것이 무의미하듯이, 사회적 역할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가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들에게는 돈벌이로서의 직업이 아니라 사회적 역할의 가치에 대한 교육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노숙자들에게 사회적 활동을 하라고 직업교육훈련을 시켰을 때 노숙자로 되돌아오는 비율이 높았는데, 한 운동가가 그들에게 인문학과 철학을 교육시켜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르쳤더니 교육 후에 노숙자로 되돌아오는 비율이 훨씬 줄었다는 연구가 있다. 이제는 돈을 벌기 위한 직업교육보다 조금 더 멀리 보고 한 인간으로서 삶을 영위하는 것의 가치를 알게 해주는 것이 더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러한 기초적인 성찰은 학교에서 배웠어야 했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 얻고, 돈 많이 벌고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가르치기 전에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성을 가르치고 어떤 삶을 사는 것이 인간적일까에 대해 고민해 보도록 했어야 한다. 그런 일을 학교에서 못했다면, 이제라도 우리는 경력단절 여성들과 젊은이들에게 그들의 존엄성과 가치를 깨닫게 하고, 인간으로 진정한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줄 교육을 해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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