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17일간의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이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다. 우리나라가 이번 동계올림픽을 주최하면서 세계3대 스포츠(동.하계 올림픽, FIFA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모두 개최한 5번째 국가라고 한다. 눈과 얼음위에서 세계의 젊은 세대와 지구촌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졌던 대장정이었다. 각국의 선수들은 제 나라 국기를 가슴에 달고 설원과 빙판을 누볐다.

 현장에서든 TV 앞에서든 장소 불문하고 전 세계의 이목이 평창으로 모여 모두가 하나 되는 시간이었다. 승부를 떠나 온 나라가 아니 전 세계가 제 나라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승리 해주기를 바라는 오직 한마음이었다. 미끄러운 빙판 위! 출발 대기 선에 서있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온 몸이 긴장이 되고 손에서 땀이 난다. 비록 TV화면이지만 그들과 같이 출발선에 서 있는 것만 같다. 눈과 얼음위에서 사투를 벌이는 그들에게서 열정과 도전, 그리고 투지를 본다.

 선수들이 빙판 위에서 코너를 넘어질 듯 돌아갈 때면 필자도 그들을 따라 몸이 옆으로 눕는다. 그들은 미끄러지면서 사력을 다해 빙판 위를 뛰었다. 그러나 일부 국가의 선수들은 정당하게 경기를 치르지 않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서로 앞서가려고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부딪쳐 넘어지기도 하지만 이번 심판들은 엄격하게 판정을 해서 실격을 시켜 오래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쾌감도 있었다.

 개인종목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빙판위에서 미끄러져 노메달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 순간의 좌절감을 그들은 어떻게 감당을 할까! 그 순간만큼은 모든 상황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을 것이다. 피 말리는 레이스를 바라보며 삶 속에서 경쟁의 상대는 언제나, 나 자신임을, 확인해본다. 제대로 레이스도 펼쳐보지 못한 아쉬움이 선수들 본인보다 더할까마는 안타까움에 숨이 막혔다.

 베란다 창문을 열어본다. 훅 들어오는 바람이 차다. 아직은 동장군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근처를 서성이는가보다. 하지만 어느새 햇살은 따스함을 품고 있다. 시나브로 봄이 가까이 와있음을 감지한다. 우리나라의 국기를 가슴에 달고 최선을 다해 설원과 빙판을 달리던 우리 선수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평창의 겨울은 모두가 한마음이 되는 귀한 시간이었다. 아쉬움과 순간의 실수로 인한 안타까움과 승리의 쾌재와, 세계 각국의 젊은 세대들과 지구촌 사람들이 함께 소통하고 어우러지던 평창의 겨울이 이제 지나가고 있다. 추운겨울이 지나면 어김없이 봄이 찾아오듯이, 환호하고 좌절하던 평창의 겨울이 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열정과 도전의 디딤돌이 되어 우리선수들과 모두의 가슴으로 꽃피고 새 지저귀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찾아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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