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나붓나붓 봄님이 오고 있다. 아직 대지는 고요한 무채색이지만 거칠고 사나운 바람을 이겨내고 님이 오고 있음을 몸이 안다. 눈보다도 귀가 먼저 그의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귀보다 한발 앞서 따사로운 기운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것이 촉각이다. 봄은 감촉으로부터 온다. 바람이 먼저와 비질을 해 놓고 길은 낸다. 바람결에 몸을 풀고 그가 오시는 길, 보드랍게 흙을 체질하기 시작한다. 조용하면서도 분주한 움직임이다. 땅심을 고르고 생명체를 키워낼 흙살이 푸슬푸슬 일어난다. 어둠을 털고 숲이 깨어난다. 풀뿌리 민초들의 의식이 깨어난다.

 '지방분권개헌 진천군 토론회'가 열렸다. '우리의 공동체적 삶과 지방분권 개헌', '개헌의 방안' 두 주제 발표를 놓고 지역인사와 외부인사 등 지정 토론자가 참여하고, 각 사회단체장 및 주민들이 함께 토론회를 가졌다. 지방자치시대에 걸맞은 진정한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머리를 맞대보자는 것이다.

 지방분권이란 국가의 통치 권력을 중앙정부에만 집중시키지 않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나누어 주는 일이다. 우리나라에 지방자치가 도입된 것은 1949년이다.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한동안 폐지되었다가 1991년 부활되었다. 그로부터도 27년째 접어드니 결코 짧은 역사라 할 수 없다.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다. 제 앞가림할 수 있을 정도의 연륜을 갖추었다. 그동안 우리는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까지 주민의 손으로 뽑으면서 지방자치를 표방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행정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와 지방분권을 기반으로 하는 행정이다. 명실상부한 지방자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 이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특성에 맞는 행정이야말로 진정한 주민편의 행정이 아니겠는가. 사무재배분과 재정의 자치분권이 제대로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주민이 어둑하던 시대는 지났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 발전하고 있다. 날이 새면 하나씩 새로운 정보들이 실시간 쏟아져 나온다. 도시와 시골의 살림살이가 다르지 않다. 중앙과 지방의 경계도 이미 허물어졌다. 각 지역의 특색과 각자 개성이 있을 뿐이다. 지역마다 주민 욕구가 다르고 지향점이 다르다. 지방자치는 지역 주민의 행복한 삶을 위한 행정이 되어야 한다.

 지방분권! 지방자치시대에 꼭 필요한 시대적 요구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를 제대로 운용할 능력이다. 자치단체장을 비롯해 지방의회, 주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을 이끌어 보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우후죽순이다. 과연 자신이 그만한 능력이 있는가.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다. 우리는 이 중요한 시기에 지역을 맡길만한 인물을 제대로 가려 뽑을 냉철한 눈을 가져야 한다. 진정한 봄은 거저 얻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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