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미국에 방북회담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8일 미국으로 떠났다. 이들은 이틀간 미국 워싱턴에 머물며 총 세 차례 미국의 안보정부 관련 수장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과 만나 북한의 메시지를 전하고 미국에게 북한과 대화에 나서줄 것을 설득한다는 임무를 띄고 있다.

이들이 미국에 전달한 북한의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북특사 일행이 귀환 직후 내놓은 방북결과 언론발표문에 적시된 6개 항목 중에서 미국 관련 부분은 ‘4.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두루뭉실해서 구체적으로 미국에 뭘 약속한다는 건지 알기 어렵다.

정 실장은 서울 귀환 당일 저녁 춘추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의제로 미국과 대화할 뜻이 있으며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밝히면서 “미국에 전달할 북한 입장을 저희가 별도로 추가로 갖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 실장이 운을 뗀 ‘추가된 별도 메시지’가 북미대화를 성사 여부를 판가름 할 관건으로 지목된다. 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많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억류 중인 미국적자 석방 등 여러가지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8일 “북한의 메시지를 아는 사람은 특사단 5명과 보고를 받은 대통령 등 6명뿐이고 나도 묻지 않아 모른다”며 “추측보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별도의 메시지 내용이 보도에서 언급된 정도라면 미국의 강력한 대북제제를 해제시키고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까지 없었던 일로 만들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미국의 일관된 원칙은 북한 핵을 완전하며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으로 페기한다(CVID)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미단이 ICBM 개발포기, 영변핵시설 가동중단, 핵동결 약속 같은 밋밋한 메시지로는 미국을 움직이기 어렵다. 오히려 미국 측 인사들은 북미대화를 촉구하는 한국의 방문객들에게 북핵 개발 시간 벌어주는데 이용당해도 좋다는 거냐라고 머리를 흔들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8일 논평도 이와 관련된 우려를 기저에 깔고 있다. 이 당 대변인은 전날 여야 5당대표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문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핵폐기 합의가 어렵다면 이런 저런 로드맵을 거칠 수 있다며 사실상 핵동결로 북핵문제를 타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비판했다.
만에 하나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야당이 지적한대로 핵동결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중단 정도로 북핵문제를 봉합한다거나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북핵 해결을 위한 그간의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방미단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기본적으로 문 대통령의 의중과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맞아야 한다. 북한 김정은의 구체적인 핵폐기 액션 플랜을 요구하는 미국과 공조해야 한다는 것은 반드시 고수해야 할 대북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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