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석 수사 협조가 우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보
"대선 경선캠프서 성폭력 만연"
참가자들 성명서까지 나와 논란

[충청일보 김홍민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공보비서 성폭행 의혹 후 잠적했다가 8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지만 돌연 취소했다.

일각에서는 전날 밤 언론에서 자신의 추가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부감을 느껴 기자회견을 취소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오후 1시쯤 신형철 전 충남지사 비서실장을 통해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서 "검찰 출석 전 국민과 충남도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드리려 했지만 모든 분들이 신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이른 시일 내에 검찰에 출석해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기자회견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 달라"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안 전 지사는 지난 5일 저녁 공보비서를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자 잠적했었다.

이후 직접 나와 사과·해명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잠적 나흘째인 이날 오후 3시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성폭행 의혹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 전날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추가로 보도됐다.

안 전 지사의 싱크탱크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여직원 A씨가 1년 넘게 안 전 지사로부터 수차례의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안 전 지사는 2008∼2010년 이 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A씨는 JTBC 방송에서 "당시 안 전 지사의 절대적 지위 때문에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며 "안 전 지사를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 전 지사의 대선 경선 캠프에서도 성폭력이 만연했다는 내용이 담긴 당시 캠프 참가자들의 성명서가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안 전 지사의 지지자들이 운영했던 트위터 계정 '팀 스틸버드'에는 이날  "(캠프 내에서) 노래방에 가서 누군가 끌어안거나, 허리춤에 손을 갖다 대거나, 노래와 춤을 강요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며 "선배에게 머리를 맞거나 뺨을 맞고도 술에 취해 그랬다고 넘어가기도 했다"고 고발했다.

특히 이들은 "민주주의는 안희정의 대표 슬로건이었지만, 캠프는 민주적이지 않았다"며 "'너희 지금 대통령 만들러 온 거야'라는 말은 안희정이라는 인물에 대한 맹목적인 순종을 낳았다.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하면 묵살당하는 분위기에서 선배들과의 민주적인 소통은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인 김지은 씨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춰 달라"며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직후) 합의에 따른 관계였다고 발표할 것을 지시한 비서실 인사가 누구였는지도 밝혀내 성폭력 방조죄로 징계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다만 당시 안 전 지사 캠프에서 일한 한 관계자는 "성명에 나오는 것처럼 폭력적인 분위기가 만연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어쩌다가 한 자리에서 폭력적인 상황이 있었을 수는 있지만, 이 역시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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