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男 정치인들, 대의 앞세우며 젠더 이슈에는 상대적으로 둔감” 자성
“주류 되는 과정이라 더 활발” 분석도
일각선 “첫 지선 경쟁 앞두고 내부 공작”

[충청일보 김홍민기자]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정치권에서도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폭로의 대상이 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및 진보진영에 집중되는 이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성폭력 논란이 불거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나 안병호 함평군수 등이 민주당 소속이고, 전날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정봉주 전 의원 역시 민주당에 복당 신청서를 내고서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국회의원 보좌관들 사이에 벌어진 성폭력 피해 사례 역시 가해자와 피해자로 알려진 보좌관 모두 민주당 의원실에서 근무할 당시에 발생한 일이었다.

아울러 이윤택 연출가나 고은 시인 등 문화예술계에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 역시 진보성향 인사들로 분류된다.

이런 '쏠림현상'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원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진보진영 남성 정치인들이 그동안 민주화 등 '대의'를 앞세우면서도 '젠더 이슈'는 상대적으로 둔감했다는 자성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겉으로는 '탈권위주의'를 외치면서 정작 내부에서는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바라보지 않는, 잘못된 '운동권 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가 오랫동안 간헐적으로 나왔다"며 "그러다 최근 미투 운동을 계기로 한꺼번에 문제가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진단했

다.

그는 "진보진영이 갖고 있던 이중성이 노출되는 국면이다. 쉽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이 다른 정당에 비해 성폭력 문제에 더 공감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피해자들에게 생겼기에 이런 문제가 민주당에서 나온다는 반론도 있다.

민주당 소속인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은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위드유(With You·당신과 함께 하겠다)'가 없이는 미투가 나오기 어렵다"며 "진보와 보수를 떠나 성폭력 문제는 늘 있었다. 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토양이 갖춰져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나 진보인사들이 사회의 '주류'로 자리를 잡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폭로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및 진보진영을 겨냥한 '공작'의 성격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집권 이후 첫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로 폭로성 공세가 벌어지는 측면도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당 관계자들은 일축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을 포함,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은 현재로써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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