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제도는 매년 관광객으로 붐빈다. 이곳은 동물의 왕국인데 그중에서도 관광객을 가장 사로잡는 것은 모래톱에서 새끼 거북들이 깨어나 바다로 돌아가는 장면이다. 이것은 동이 트는 새벽녘에만 볼 수 있다고 한다. 관광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한 무리가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모래가 꿈틀꿈틀 움직이고 새끼 거북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날이 밝으면 갈매기들이 잡아먹기 때문에 속히 바다로 가야 한다. 보는 사람이 더 긴장하고 초조해했다.

 이때 새끼 거북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오랫동안 바둥거렸다. 보다 못한 관광객이 손으로 꺼내 주었다. 그런데 쉽게 나오기는 했으나 다른 힘에 의해 갑자기 밖으로 나온 새끼 거북들은 바다가 어느 쪽인지 몰라 헤매더니 결국 갈매기 밥이 되고 말았다. 거북은 자연의 이치에 따라 자기 힘으로 밖으로 나와야 했다. 사람의 도움이 오히려 새끼 거북들을 죽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교육도 그러하다. 교사의 눈으로 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조금만 도와주면 금방 될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다 때가 있다. 느리고 불안해 보이지만 그에게 맞는 때가 가장 정확하다. 교사 시절을 돌이켜 볼 때 이런 간단한 이치도 모르고 나의 목표에 도달시키려 학생들을 닦달한 것이 참 많아 얼굴이 화끈거린다. 특히 초등학교 2학년을 처음 담임했을 때 한글을 미처 깨우치지 못한 어린 학생을 야단치며 나머지 공부를 시킨 일, 구구단을 활용한 응용문제를 잘 못 푼다고 종아리를 때린 일 등은 두고두고 가슴 아프다.

 교육의 기본도 모르고 저지른 일이라 그 당시의 학생들에게 참으로 미안하다. 한글 해득이나 구구 계산법을 알아야 할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교사의 야단이 무서웠던 그 학생들은 바다가 어느 쪽인지 모르고 헤매는 거북이와 같았을지도 모른다. 그 후 내 자녀에게도 이런 잘못을 똑같이 저질렀으니 참으로 어리석고 미련했다. 다행히 나중에 잘못을 깨닫고 돌이키기는 했으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풍요하고 행복했을 시간을 스스로 망치고 만 것이라 안타깝고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교사와 부모가 할 일은 기다리는 것이다. 학생과 자녀를 신뢰하면서 스스로 일하기까지 잠잠히 기다리는 것이다. 그가 혹 비뚤게 나가면 아프게 바라봐야 하고 그래도 자꾸 어긋나면 같이 울어야 한다. 그게 진정한 사랑이고 교육의 본질이다. 교사나 부모의 안타까운 눈물을 보고 자란 학생과 자녀는 절대 어긋나지 않으며 잠시 비뚤어졌더라도 반드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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