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6.13 지방선거가 9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더불어민주당의 낙승이 예상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남북간, 북미간 해빙무드 조성 등 이른바 호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4월말 예정된 남북간 정상회담과 5월중 개최가능성이 있는 미북간 정상만남의 성과가 어떤 식으로 결론날지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상황만 본다면 과거 어느때 보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금까지 순풍에 돛단 듯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했던가.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미투'(나도 당했다)운동이 정치권으로 확산되면서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권의 차기 유력대권주자로 거론됐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파문이 발생하면서 지방선거 풍향계가 시계제로의 상태로 빠져들어가는 모습이다. 안 전지사의 성폭력파문이 지방선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서울의 한 일간지가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10명중 7명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선거의 속성상 돌발변수에 민감할 수 밖에 없고, 상황에 따라서는 판자체를 뒤집을 수 있다는 면에서 여야 모두 파문이 몰고올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안 전 지사 성폭력 파문 발생직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모 충남지사 예비후보는 자신의 사무실 외벽에 걸린 안 전지사와 함께 찍은 대형걸개사진을 치웠다.  같은 당의 다른 예비후보들도 돌발변수에 큰 충격을 받고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반면 위축됐던 자유한국당은 일부 인사를 중심으로 출마설이 나도는 등 전열정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처럼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가 선거판을 뒤집어 놓은 예는 적지 않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충청권 23개 선거구 가운데 18개 선거구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압승을 거뒀다. 충북(8석)과 대전(6석)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싹쓸이를 했다. 이같은 결과는 선거 한달여전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돌발변수가 선거판을 뒤흔든 것이다. 지난해 5월 치러진 대선 역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변수 발생이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압승이라는 선거결과로 이어졌다. 앞으로 지방선거까지는 약 90여일이 남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이 기간에 또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여당에 호재가 되는 것일지, 아니면 야당에 호재가 될 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여야 모두 위기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튼 충청권 선거판도만 놓고 볼때 민주당 우세에서 안 전지사의 성폭력 파문으로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관전자인 유권자 입장에서는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정치는 마음을 훔치는 것이라 했다. 돌발변수라는 장애를 헤치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훔칠 정당이 어디가 될 지 벌써 선거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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