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수준 인생을 좌우

▲ 이상주 극동대 외래교수
근래 어느 때부터인가 한국 교육계에서는 '암기위주의 교육을 하지 말라'고 역설했다. 필자는 '무조건 암기시키 말고 먼저 이치를 이해시키는 교육을 하라'는 표현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실제는 '암기위주의 교육은 무조건 나쁘다'는 의미다. 그들은 '암기위주'의 교육을 전면 부정하고, '창의력 계발' 교육을 강조하고있다. 얼마전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도 그런 주장을 편 대목을 보았다. 창의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선이해 후암기'해야 가능하다.

지난 3월 22일 일요일 방영된 '골든벨을 울려라'라는 프로를 예로 보자. 황순원의 '소나기'에 소녀가 먹은 먹거리의 맛이 '맵고 지려'라고 했는데, 이는 무엇을 가리키느냐는 문제를 냈다. 100명중 53명이 탈락했다. 지석영이 종두법을 실시하고 '마마'라고 부르기도하는 질병의 이름을 쓰라는 문제에서도 10여명이 탈락했다.지난 2월 귀즈대회에서 우승한 12살짜리 초등학생 신정한이 암기하지 않았다면 즉각 활용할 수 있었겠는가?. '우리말 바루기'에 출연한 사람들 중 우승한 사람들은, 요즘 쓰지 않는 우리말의 뜻과 용례를 잘 암기해서 반사적으로 순발력있게 응용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에 '배송(背誦)'이라는 암기시험이 있다. 전에도 성공한 학자들은 암기력이 뛰어났다. 정약용이 암자로 책을 지고 올라갔다가 너무 빠른 시일 내에 지고 내려가자, 그를 본 사람이 왜 책을 읽지도 않고 지고 내려가느냐 물으니, 다산이 다 읽었다고 하여, 그 사람이 책의 내용을 물으니, 다산이 대답하더란다.필자는 이 내용을 수록한 책의 이름을 암기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책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필자는 대학시절 한자 10,000자와 '삼경사서'외우기 목표를 세웠다. 삼경사서의 내용을 다 외우지는 못하지만 한자 10,000자 정도는 암기하고 있다.필자가 19년 동안 '양아록'을 포함해 발명특허급 논저등 110(책 9권)편을 집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명하다. 바로 한자 10,000자 정도를 암기하고 삼경사서등 고전의 내용에 일정수준 박학다식했기 때문에 응용창의력이 향상됐으며 고도의 식견이 확립됐기 때문이다.

필자는 학자로서 도리를 하기 위해 우리 전통문화자산을 현대적으로 활용할 대상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화양구곡시 3편을 본 것이 기억났다. 그 순간 '구곡'이 최적의 대상이라 판단하여 1999년 '구곡시의 전통과 화양구곡시'라는 논문을 썼다. 그후 달천강 유역에 설정된 9개의 구곡을 '구곡문화관광특구'로 설정하고 '구곡문화관광특구선포문'을 작성하였다. 지금 한국 최고의 '구곡문화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모두 암기?반암기한 내용을 선구적? 창의적으로 응용했기 때문이다

2008년도 실시한 초?중학교 전국 일제고사를 실시한 결과 충북의 성적이 전국 최하위다. 이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학생이며 간접적인 피해자는 학부모다. 그 4분의 1은 교육자가 책임을 져야한다. 앞에서 예증했듯이 암기수준이 창의력과 학문수준을 좌우한다. 학문수준이 인생수준을 좌우한다. 그 피해를 극소화시켜려면 '선이해 후암기'법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면 된다. 자신이 배운 모든 것을 '선이해 후암기'하여 평생 망각하지 않고 응용하면, 창의력이 향상되고 공부도 잘할 수 있다. 따라서 '선이해 후암기'는 창의력의 원천이며 최고최선의 학습법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