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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린이로아이를 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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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4.02  19: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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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인순
눈을 맞추고 신체적 접촉을 통해 기분을 맞추어 준다. 손을 잡아주고 가까이 다가앉고, 포옹하면서 정을 준다. 표정, 움직임, 눈빛을 관찰하고 느낌을 얻어내려 한다. 간단한 단어 및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한다. 일상적인 어휘를 사용해서 가까운 곳에서 얼굴을 마주보며 얘기한다. 항상 존중과 관심을 나타낸다.

어린아이와 소통할 때 사용하고자 했던 방식이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사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정신은 튼실하다. 올바른 생각으로부터 시작한 행동은 사회적응력이 대단히 강하기 때문에 그런 아이에게 기회는 얼마든지 존재하고 섣불리 조급해하지 않아도 기대이상으로 자라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 때문에 자녀와의 대화 방식이나 소통방식에 대해 많은 엄마들이 관심을 갖고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미처 아이가 단어를 이해하지 못할 때는 손짓 발짓을 동원해 비언어적 표현으로 아이와 눈높이를 맞춘다. 엄마의 음성마저 아이의 그것과 비슷해진다. 그렇게 온갖 정성으로 자란 아이가 성장하여 아이를 낳고 자녀를 양육한다. 내리사랑이라 한다. 내 아이를 키울 때는 더 못해준 것이 무엇인지, 아이의 요구 이면에 자신이 더 알아차려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심한다.

아이만 바라보고 사는 사이에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은 늙어 간다. 기억력 장애가 와서 자식을 못 알아보고,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밤인지 낮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길을 잃고 헤매고, 집안에 있는 화장실도 찾지 못하는 시공간기능 장애도 온다. 평생을 먹어온 밥을 두고도 '밥'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 외둘러 표현을 하고, 물건을 두고 찾지 못하고 심지어는 인격의 변화까지 와서 온화하고 다정했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포악해지기까지 한다. 다시 어린이로 돌아간 자신의 부모를 두고 자식들은 망연자실해진다. 함께 고함지르고, 속상해서 울부짖고, 부모 봉양에 책임을 서로 미루고 형제간에 우의도 깨지고는 한다.

누구도 자신의 인생 말년을 치매환자로 살고자 계획하는 이들은 없다. 어쩔 수 없이 그것이 자신에게 왔을 뿐이다. 물론 금연도 하고 금주도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늘 정신적인 건강을 챙기려고 노력했다면 발병률은 낮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돌아가시기 전 배변만은 혼자의 힘으로 하려고 끝까지 노력했으나 결국은 다른 이의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었을 때 한없이 나약한 인간존재를 느꼈다고 한다. 노인이 되면 누구나 하는 말이 있다. 건강하게 '9988하고 싶다'고. 그런 소망을 안고 살아가지만 어찌 삶이 생각대로 된단 말인가. 치매의 원인으로는 스트레스와, 고혈압, 당뇨 등의 질병과 우울증을 들 수 있다. 어찌 보면 삶이 고단 할수록, 가족 간의 소통이 단절될수록 치매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다시 어린이로 돌아간 노인에게 아이를 바라보듯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다정한 손짓으로, 따뜻한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치매를 앓는 노인도 그를 바라보는 가족도 지옥 같은 하루를 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머니가 나를 낳아 놓고 '불면 날까 쥐면 꺼질까' 애지중지 가졌던 마음을 이제 내가 다시 가져야 할 때이다. '왜 다른 이들처럼 몸 관리 못해서 가족 고생시키느냐'고 원망하기 전에 어머니가 나로 인해, 자식들로 인해 고통스러웠을 세월을 먼저 보듬어 드려야 할 것이다. 질병은 노인뿐만 아니라 누구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치매가 감기나 암처럼 간호해주고 보호 받아야 하는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보호자들의 입장에서나 환자의 입장에서 견디기 힘든 천형으로 여긴다.

한 달에 한번 통장으로 불쑥 드리는 몇 푼의 용돈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이 내심 부끄럽다. 어머니가 고독해 하기 전에 전화라도 자주 드려야겠다. 사랑한다는 말을 빼먹지 않으리라. 당신과 내가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 사이였는지, 당신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말 할 것이다. 다시 어린이로 돌아가 태어난 그곳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 말하는 이도 있다. 아직은 수영도 다니고 게이트볼도 하면서 건강하게 지내지만 '사흘만 앓고 죽었으면 좋겠다' 라는 그 말씀에 내 소망도 보태고 싶다. 이제 나도 노인의 일이 멀지않은 장래의 내 일이라 생각하니 어머니의 노년이 애틋한가보다. 치매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지인의 부고를 받고 내 어머니의 건강에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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