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불평등 사회를 개선하기 위한 각종 사회운동은 계속 있었다. 시기적으로 환경적으로 적합한 운동은 성공했고, 그렇지 못한 운동은 실패로 끝나기도 했다. 사회운동은 대부분 인종차별, 성차별 등 인권에 관한 것이다. 인종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 운동이 '흑인해방운동'이다.

 1955년 미국 알라바마주 몽고메리에서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주도한 비폭력 '버스승차거부운동'이 성공을 거둔 뒤, 미국 전역에서 흑인 인권 신장을 위한 운동이 이어졌다. 1963년 수도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 20만 명의 군중이 모였다. 노예해방 100주년과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미국 전역에서 모인 사람들이었다. 남부의 가난한 흑인들은 대표를 뽑아 워싱턴으로 보냈다. 참가자들은 국회의사당에서 1.6km 떨어진, 노예 해방의 아버지 링컨을 기리기 위해 세운 링컨기념관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미국 인종차별 철폐의 계기가 된 워싱턴 대행진의 시작이었다. 여러 유명 인사들도 행진에 참여했고, 행진이 막바지에 이르자 킹 목사는 링컨기념관 계단에 올라섰다. 그리고 20세기 최고의 연설로 꼽히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를 낭독했다. 이듬해 7월 미 의회는 인종차별철폐법을 가결했다. 억압 받은 자들이 마침내 승리한 것이다.

 21세기에 성차별을 없애고자 하는 운동이 또 미국에서 시작됐다. 영화산업의 메카인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운동'은 용감한 한 여성 검사가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한반도로의 상륙을 알렸다. 법조계, 문화예술계, 정치권, 교육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이 운동은 지금 거대한 쓰나미처럼 우리 사회를 덮치고 있다. 권력을 가진 남성에 의해 성적으로 짓밟힌 여성의 인권을 되찾고, 능력으로 평가받는 남녀평등 사회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것이 이 운동의 목적이다.

 흑인 인권 운동처럼 보통의 사회운동은 그것을 이끄는 위대한 지도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미투운동은 사회적 약자 개개인이 내는 목소리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전의 사회운동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피해 여성 모두가 이 운동의 지도자인 셈이다. 가해자인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 피해자들이 그간의 억압을 표출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지금 그래도 건강하고 희망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사회운동이 그러하듯 처음 의도와는 달리 진행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오기 마련이다. 미투운동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 여성 인력 채용 거부 등 우려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것조차 깨어있는 자들의 노력으로 극복되리라고 생각한다. 연령을 불문하고 더 많은 용감한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들이 합쳐질 때, 우리 딸들이 살 내일의 사회는 좀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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