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식 미즈맘산부인과 원장

[주명식 미즈맘산부인과 원장] 근래 들어 <달팽이호텔>, <윤식당>, <효리네민박> 등의 프로그램이 유행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인의 타고난 급한 성장, 빠른 성장으로 인해 어느새 몸에 배어버린 바쁜 일상과는 상반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프로그램들은 큰 인기를 얻고 있고, 단지 스타를 문 앞에 내세우고, '민박'과 '식당'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게 다 일뿐이다. 궁극적인 인기의 비결은 '스타'가 아닌 시청자들 무의식속에 잠재되어 있는 '슬로우 라이프'의 추구에 있을 것이다. 이들 프로그램 모두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처럼 '빨리'가 주가 되지 않는다. 이것을 모든 이들에게 조금 '천천히' 주위를 보고 걸으라고 조언한다.

 이런 '슬로우 라이프'의 기조를 가져야하는 숭고한 행위 중 하나가 바로 출산이다. 아니, 다른 어떠한 중요한 일보다도 필수적으로 '천천히'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연스럽게 태어나지 못하거나, 뱃속에서 정해진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나오면 아이의 중요한 첫 걸음에 큰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산모들이 가지는 조급함의 근원은 한국에도 노산(老産)시대가 도래함에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아지고, 남성들도 고학력과 과도한 업무로 인해 결혼시기가 점점 늦춰지고 있는 까닭이다. 이들은 흔히 고위험 임산부로 불리는데, 이들에게는 기존 임산부들과는 약점이 많이 존재한다. 먼저는 늦은 나이로 인한 불안한 몸 상태이다. 그러나 이들을 더 불안하게 하는 건 이들의 건강을 케어해 줄 시설과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이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신생아집중치료실(NICU)라고 불리는 시설의 빈자리는 많이 나지 않기 때문에 이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서 이른 시점에 조산을 자진선택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산모들이 조금만 마음을 내려놓으면서 천천히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상의 큰 문제가 없다면 이런 조바심으로부터 기인하는 불필요한 진료와 수술도 금해야 한다. 이러한 감정은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제왕절개와 임신중독증 등과 합병증을 불러일으킨다. 곧 임산부가 조바심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내 조바심이 아이를 생각해서 생기는 마음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면, 오히려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그 조바심을 뱃속의 아이와 대화하며 조금씩 내려놓아보는 건 어떨까? "아가야. 나와 조금 천천히 같이 걸어가보자. 잘 해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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