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북한 김정은과 5월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전격적으로 새로운 국무장장관에 지명한 것은 미국의 대북 정책에 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면서 미 행정부 내에서 가장 강경하다는 폼페이오 국장을 발탁한 것도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이지만 미 행정부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외교 수장인 국무장관을 교체하는 방식 자체도 충적적일만큼 전광석화 같아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현지시간) 오전 트위터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 국장이 새 국무장관이 된다. 그는 환상적으로 일을 해낼 것”이라는 글을 올려 사실상의 인사발령을 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을 시켜 아프리카 순방 중이던 틸러슨에게 경질한다는 소식을 통보했지만, 구체적인 교체 시점을 명시하지 않아 트위터를 보고서야 자신이 해고된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경질 이유도 밝히지 않고 정상적인 통보 절차를 무시한 국무장관 교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선적이고 즉흥적인 국정운영 스타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나, 미북 정상회담을 2개월 앞두고 진용을 정비하는 동시에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 온건 대화파인 틸러슨은 트럼프 대통령과 외교 문제에 있어서 이견을 자주 드러내 ‘궁합이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노출해왔다. 대북 문제에 관해서 특히 트럼프와 줄곧 엇박자를 보여왔다. 틸러슨은 북핵 문제를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지만 트럼프는 강력한 압박과 무력을 동원하는 방식을 공언해왔다. 그러나 정작 김정은이 정의용·서훈 대북특사를 통해 제의한 미북 정상회담 수락에 있어서는 대화론자인 틸러슨을 철저히 배제했다.

당사자에게는 모욕적일 수 있으나 트럼프로서는 중대한 회담을 앞두고 100% 신뢰할 수 있고 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제시해 줄 적임자로 판단했을 것이다. 트럼프가 북한을 가장 잘 알고 있으며, 행정부내 최고의 대북 강경론자인 폼페이오를 새 국무장관에 앉힘으로써 던져준 메시지는 북한과 정상 차원의 대화를 하더라도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며, 북핵 폐기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옵션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시킨 것이다. 이러한 분석에 대해서는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고 미국에 김정은과의 회담을 간청하다시피 권유해온 우리 정부가 그 의미를 깊이 새기고 적절한 대응방안을 신속히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폼페이오를 파악하고 접촉을 서둘러야 하는데 남북대화 추진과정에서 패싱을 당한 외교부가 제대로 해낼지 걱정된다.

미 전문가들은 폼페이오의 외교라전 수장으로 전면에 세운 것은 대북 예방타격론을 주장해온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호흡을 맞추게 함으로써 ‘5월 이후’를 예고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핵 폐기와 관련해 수많은 협상과 약속을 단 한번도 지키지않고 몰래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온 북한이 트럼프를 만난 이후에도 당근만 받아먹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는 외면하는 속임수를 쓴다면 끝장을 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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