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특정 신경회로 발견
동물 습관 조절 실험에 성공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KAIST 김대건·정용철 박사과정, 김대수 교수, 박세근 박사.

[대전=충청일보 이한영기자] 사람과 동물은 다양한 사물을 탐색하고 획득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데, 이는 생존을 위한 먹이나 유용한 물건 획득을 위한 것으로, 인간에게 이러한 욕구는 경제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행동의 동기가 된다. 

물건에 대한 욕구는 본능이기에 쉽게 조절할 수 없을뿐더러 잘못된 습관이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대표적인 예로 습관적인 절도나 쓸모없는 물건을 집안에 모으고 버리지 못하는 수집 강박증, 쇼핑 중독 등을 들 수 있다.

이같은 물건에 대한 병적인 집착과 소유욕 등은 정신적인 질병으로 분류되어 오기는 했으나, 뚜렷한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이에 KAIST 생명과학과 김대수, 기계공학과 이필승 교수 연구팀이 연구를 통해 전시각중추(MPA, Medial preoptic area)라 불리는 뇌의 시상하부 중 일부가 먹이를 획득 및 소유하려는 본능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히고, 전시각중추 신경을 활용해 동물의 행동과 습관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한 쥐에게는 장난감을 갖고 놀게 하고 다른 쥐는 따로 물체를 주지 않은 뒤 뇌를 분석했는데, 이 과정에서 MPA(전시각중추) 신경회로가 활성화됨을 발견했다.

그 후 광유전학을 이용해 빛으로 MPA를 자극하자 물체 획득을 위해 실험체가 집착하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MPA신경이 수도관주위 회색질(PAG, Periaqueductal gray)로 흥분성 신호를 보내 행동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이것을 MPA-PAG 신경회로라 명명했다.

김대수 교수는 "쥐가 먹이가 아닌 쓸데없는 물체에 반응하는 놀이행동의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았지만, MPA-PAG 회로를 자극했을 때 귀뚜라미 등의 먹잇감에 대한 사냥행동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이것은 물체를 갖고 노는 것이 먹이 등의 유용한 사물을 획득하는 행동과 동일한 신경회로를 통해 나타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MPA가 물건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밝혀낸 뒤 이를 조절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으며, 생쥐 머리 위에 물체를 장착해 눈앞에서 좌우로 움직일 수 있도록 무선으로 조종하고 MPA-PAG 신경회로를 자극한 결과 생쥐가 연구팀의 의도대로 눈앞의 물체를 따라갔다.

이것은 고등동물인 포유류의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한 기술로, 연구팀은 미다스(MIDAS)라고 이름 지었다.

이필승 교수는 "미다스 기술은 동물의 탐색본능을 활용하여 동물 스스로 장애물을 극복하며 움직이는 일종의 자율주행 시스템입니다. 뇌-컴퓨터 접속 기술의 중요한 혁신으로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국내에서도 이러한 연구들이 많이 시도될 수 있도록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의 중간역할을 한 정용철 박사과정은 "서로 용어 조차 다른 신경 과학과 시스템 제어 공학이라는 전혀 다른 두 분야를 서로가 완벽히 이해해야만 했고, 이를 위해 팀원들과 함께 끊임없이 논의하고 연구했다"면서 "수집 강박, 도벽, 게임중독 등을 치료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신경과학과 시스템 공학이라는 접점이 부족해 보이는 두 분야가 만나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매우 모범적인 융합 연구의 사례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특히 생명과학 전공 박세근 박사는 전시각중추가 물건에 집착하는 회로라는 것을 밝혔고, 기계공학 전공인 김대건 박사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동물 무선제어에 큰 기여를 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