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입춘이 지난 지는 오래 되었고 며칠 후면 춘분이니 봄이 온 것이 분명하다. 봄이 오면 따뜻한 바람과 함께 만물이 생기를 머금고 다시 새싹이 돋듯, 대학 캠퍼스엔 긴 겨울방학동안 조용하던 교정에 다시 학생들이 몰려들어 활기가 넘친다. 그 중에서도 신입생들은 계절에 맞게 발랄하고 생기가 넘쳐나 봄을 몰고 오는 것 같다. 지난주에 신입생의 과목을 맡아 첫 수업을 준비하면서 저들에게 어떤 말을 해 주어야 할지를 숙고해 왔다. 사실 이 때의 기억을 졸업할 때쯤 얘기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을 보면 더욱 부담스럽다.

 올해도 첫 수업시간에 이런저런 당부를 한 후에 독후감을 레포트로 내도록 했다. 자기계발 지침서의 하나인 가톨릭대학교 차동엽 교수(신부)가 저자로 되어있는 '무지개 원리'를 읽고 느낀 점을 써내도록 한 것이다.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책을 접하게 되어 지금도 힘들 때마다 정독하고 있다. 신입생들이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차분히 대학생활을 설계하든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여 이러한 행사를 9년째 해오고 있다.

 다행인 것은 학생들이 제출한 독후감을 읽을 때면 오히려 필자가 감동을 받기도 하는 일이 있을 정도로 진지한 감상문이 많았다. 그런데 시작도 하기 전에 책을 시중에서 구입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 책은 국내에서 출간 직후부터 10년 이상 베스트 도서로 선정 되었으며 신입생이나 신입 직원들의 필독서로 정평이 나있고, 해외에도 6개국에 수출된 인기가 있는 도서인데 현재는 절판이 된 상태라는 것이다. 사연은 알 수 없으나 참 아쉬운 부분이다.

 그간 레포트 제출이 늦은 학생들에게 오해를 했던 부분을 사과하고, 어렵게 잔여분을 구입한 몇몇 학생들과 도서관에서 대여하여 먼저 읽은 학생들이 서로 돌려가며 보도록 하였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의 독후감 끝에 메일 주소를 적도록 하여 독후감에 대한 독후감을 보낼 것을 약속하였다. 이런저런 사유로 금년 신입생들의 감상문은 더욱 기대가 된다. 어려운 이 시기에 저자의 봄바람이 저들에게 옮겨져 학생들 가슴마다 새로운 희망과 열정이 어떻게 반영될지 말이다.

 3월의 중턱에 들어서면서 완연한 따스한 기운이 연구실 구석까지 스며든다. 하지만 금년은 캠퍼스 분위기나 주변 환경에 편승해서 그러한지 몰라도 마음에까지 봄이 오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듯하다. 학생들의 각종 활동하는 모습도 그렇고, 교수들이 매사에 조신하며 위축된 모습은 더욱 그러하다.

 완연한 봄이 되기까지는 꽃샘추위가 몇 차례 꼭 찾아온다. 어느 교수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이러한 몇 차례의 기습 추위는 딱딱한 땅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결국은 부드러워져, 그 밑에 있는 씨앗이 새싹을 돋을 수 있도록 하는 자연의 섭리라 한다. 대학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앓고 있는 전반의 꽃샘추위가 따뜻하고 훈훈한 봄기운을 방해하는 것이 아닌, 이 땅에 새싹을 돋우는 계기가 되어 우리들 마음에도 훈훈한 봄바람이 부는 완연한 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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