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대통령 개헌안’을 26일 발의하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이날로 못박은 이유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기간을 준수하되 국회가 개헌에 합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헌법은 제안된 헌법개정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의 기간 이를 공고해야 하며, 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한다. 헌법이 규정한 개헌 절차에 따르기 위해서는 늦어도 4월 14일까지는 헌법개정안이 확정돼 공고돼야 한다. 앞으로 26일이 남았다.

진 비서관이 언급한 “국회가 개헌에 합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드리기 위한 것”이라는 대통령의 말은 선심쓰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급박한 날짜에 비춰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나라의 운명과 미래가 달려 있는 중차대한 일인 헌법 개정을 20여일 만에 마무리 지으라는 것은 일종의 국회 겁박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헌법개정을 급하게 서두르며 국회를 압박할 이유가 있는가?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올 지방선거에서 헌법개정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한 것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고,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별도로 하려면 약 1500억원의 세금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절약하자는 뜻도 납득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적어도 20년 30년 이상 한국을 이끌어나갈 규범을 정하는 일을 그렇게 긴박하게 시간을 정해놓고 협의를 마치라고 하는 것은 결코 이치에 맞지 않는다.

대통령은 개헌안 발의에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부터 사흘간 개헌안을 주제별로 순차적으로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국민들이 각 주제별로 개정되는 내용을 파악하고 찬반 의견을 모으고, 나아가 대통령 개헌안과 다른 안(案)을 내놓을 경우 이를 수렴해야 하는 과정까지 제대로 거치려면 6개월도 그리 넉넉하지 않다. 현재 지방선거와 헌법

청와대로서는 개헌일정이 촉박해진 것을 국회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서서 지방선거까지 1년 이상 시간이 있었는데 국회가 헌법 개정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야가 헌법개정특위를 가동하고서도 당리당략에 매몰돼 진척을 보이지 않은 것은 분명히 국회의 잘못이다. 그렇다고해서 졸속 심의가 뻔해보인는데도 시일을 내세워 몰아치는 모습은 더 더욱 바람직하지 않는 것이다.

헌재까지 알려진 대통령 개헌안의 내용 가운데 국민적 관심이 높은 핵심 부분은 대통령 4년 연임제,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을 독립적인 헌법기구화,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 헌법 전문에 3·1운동과 4·19 외에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 등 역사적 사건을 추가한다는 것 등이다.
가장 중요한 권력구조에 대해선 여야가 평행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제왕적 대통령 체제를 바꾸자는 것이 개헌논의의 핵심인데 이런 정도의 案으로는 국민 요구 수준에 턱없이 모자란다. 내각책임제 도입 문제는 국가 장래를 위해 대승적으로 깊이 논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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