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근 변호사

[오원근 변호사] 개헌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 발의를 기정사실화하였다. 대통령과 여당은 지난 대선 때 공약대로 이번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하자고 서두르자는 입장이고, 야당들은 개헌 논의는 국회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발의를 반대하고 있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더라도 국회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부결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또 국회에서 여러 정파 간에 뜨거운 논쟁을 거쳐 개헌안을 확정하는 것이 당연히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동안 국회가 보여 온 행태를 보면, 국회에서 개헌안 발의를 적절하게 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대통령의 발의가 그런 논의를 촉진시킬 것이다.

 국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탄핵소추가 이루어진 직후인 2016년 12월 29일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를 두고 논의를 해 왔지만, 이렇다 할만 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시는 지금의 주요 야당들이 대통령 선거 전에 개헌을 하여야 한다며 서둘렀는데, 지금은 오히려 소극적이다. 그들은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대통령 연임제가 제왕적 대통령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개헌 투표와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면 투표율이 올라가고 그렇게 되면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당선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지는 것을 염려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1948년 헌법 제정 후 70년 동안 모두 8차례 헌법을 개정했다. 약 9년에 한 번 개헌을 한 꼴인데, 지금 헌법은 1987년 개정된 후 30년 가까이 되었다. 지난 30년 동안 아주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오늘날 우리 민주주의를 뒷받침하고 있는 주요 사건은 5·18 민주화운동과 6·10 민주항쟁, 그리고 재작년 촛불혁명이다. 독재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저항에 의해 지금의 민주주의가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마땅히 이 사건들을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뿌리를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자본의 독점과 폐해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강화하고, 국회의원 구성에 국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선거의 공정성과 비례성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권력의 중앙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시정하고, 그동안의 지방자치 경험을 헌법에 반영하여, 지방분권을 보다 강화하는 내용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30년이란 긴 세월이 만들어 낸 변화를 헌법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벽장 속에 갇힌 헌 책에 불과하다고 본다.

 일부 야당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로 대통령제를 폐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대통령직을 제왕처럼 악용하였던 세력이 누구인가?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여 국정을 총괄하게 할 만큼 국회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제도도 중요하지만,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과 문화가 훨씬 더 중요하다. 개헌의 내용에 관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나와 주변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같이 해야만 한다. 민주화가 일상화된 토양 위에서 독재는 뿌리를 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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