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철 단국대병원 농업안전보건센터장

[노상철 단국대병원 농업안전보건센터장] 농약은 농작물을 보호하고 성장시켜주며 잡초의 방제에 사용되는 화학물질로서, 농업 생산성의 양적증대와 농작업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농업현장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하지만, 농약은 잡초에 대한 독성을 발휘하는 만큼 농약을 직접 살포하는 농업인에게 건강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 급성으로 농약에 노출되었을 경우, 두통, 메스꺼움, 어지러움 등의 급성 중독 증상을 유발하며, 장기간 농약에 노출될 경우, 말초신경염 및 암 등의 발생과의 관련성도 있는 만큼, 농약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단국대병원 충남농업안전보건센터에서 농업인 농약중독 코호트를 구축하며 농업인을 대상으로 농약보호구 착용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2015년 코호트에 참여한 남성 농업인을 대상으로 농약 방제용 보호구 착용 실태를 분석해본 결과, 보호모자와 보호장화는 70% 이상이 착용한다고 응답하였고 방제복과 보호장갑은 각각 64%, 51%로 나타났다. 보안경의 착용률은 17%로 나타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착용률이 높게 나타난 보호구(보호모자와 보호장화, 방제복, 보호장갑) 일지라도 가끔 또는 자주 착용한다고 대답한 경우가 항상 착용한다고 대답한 경우보다 높았다. 보호구를 항상 착용하지 않는 이유는 '착용이 불편하다', '덥고 답답하다'가 가장 많았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농약 전용 보호장구가 없다' 등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여성 농업인에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한다'라는 대답이 많았던 점이다. 이러한 원인은 대부분의 경우에서 남성 농업인이 직접 농약을 살포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고 여성 농업인들은 직접 농약을 살포하는 일보다는 농약살포 작업자를 도와주거나 줄을 잡아주는 일 또는 살포 후 작목 관리 등을 담당하는 이유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우리가 정확하게 알고 넘어가야 하는 사실은 농약을 사용할 때에는 처음 개봉을 하여 희석을 하고 이동 및 살포, 살포 후 작목 처리, 농약살포 작업자를 도와주는 일 등을 하는 모든 작업에서 농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국내외 여러 연구들을 통하여 알려진 사실이다.

 농약으로부터 농업인을 보호하는 보호구에 대하여 살펴보자. 농약은 피부를 통해 흡수가 가장 많이 되기 때문에 몸 전체를 덮어주는 '방제복' 착용이 중요하며 농약 전용 방제복 또는 방수기능이 있는 옷을 착용하여야 한다. 호흡기로 흡입되는 농약을 방지하기 위하여 흡착제 성분이 있고 코와 입 주변을 완전히 밀착할 수 있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신체 부위 중 손은 농약노출에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이다. 일반 면장갑은 방수가 되지 않으므로 '방수 기능이 있는 고무재질의 장갑'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충격 방지와 농약이 눈으로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고글(보안경)'과 밑창 미끄러움 방지와 방수가 되는 목이 높은 '고무재질의 장화' 등이 있다.

 습관은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들 한다. 위에서 설명한 모든 보호구를 착용하는 것이 농약으로부터 농업인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올바른 방법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건강하고 행복한 농업생활을 위해서는 보호구를 착용하는 습관 쌓기를 시작하도록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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