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훈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황재훈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얼마 전 지인과 약속을 하는데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대림창고라는 곳에서 만나자는 것 이였다. "어디라구요?"하며 되물으면서 하필 창고에서 보자고 하면서 의아해 했더니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커피숍이면서 요즘 그쪽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라고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조금은 특이한 상호를 사용하는 마케팅의 일환이려니 생각하고 별 기대 없이 약속장소에 도착하고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족히 50년 이상 창고건물을 예전상호와 함께 그대로 사용하면서 재생과 리모델링을 통해 근사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었다. 외부 오래된 낡은 벽돌건물은 그대로이고 희미하게 예전 사용했던 상호와 창문 그리고 입구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녹슬은 철제기둥, 빛바란 창틀, 그리고 기름과 손때가 자욱한 입구 손잡이들이 긴 세월의 흔적 속에 많은 사람들의 왕래와 애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선한 첫 인상 속에 출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넓게 펼쳐진 창고로 사용한 실내가 거의 온전한 폐허로 변해있고, 여기에 예술작품까지 함께 어우러져 마치 기묘한 세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더구나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어 새로 태어난 건물이 주는 감흥과 함께 사람들의 빈번한 동선과 적당한 소음이 마치 축제장의 모습을 방불케 하면서 멋진 복합경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물론 상업적 의도로 만들어진 공간시설이지만 이런 창의성을 바탕으로 일정한 규모가 있는 경우는 새로운 지역 상권을 형성할 뿐 만 아니라 지역의 거점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성수동이란 지역은 70년대 서울 동쪽의 대표적인 공업지역이었고 대기오염과 폐수를 양산하는 소규모 영세공장이 많아 일반인들의 발걸음은 뜸한 곳이었다. 하지만 이런 지역의 약점인 낡은 공장이나 창고를 활용하여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덧씌워 강점으로 탈바꿈한 턱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이는 아마 기존의 멋지고 오래된 시설을 활용한 것이 아니고 버려지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것에 새로운 가치부여를 한 것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반전의 효과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거점화된 시설중심으로 주변지역은 유사한 시설과 공간들로 변모하게 되고 지역적 특화가 이루어지는 재생이 되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이 여기도 예외 없이 오래된 건물을 활용한 다양한 공간시설들이 형성되고 만들어져가고 있었다. 길바로 건너 벽을 허문 채 입구로 재탄생시킨 캐릭터 숍과, 공장기숙사를 활용한 비즈니스호텔 그리고 공장사무실을 활용한 테마레스토랑 등 지역적 특색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새롭게 변해가고 있었다. 다만 예전의 도로체계와 아직은 가동 중인 공업시설들이 조금은 어지럽게 공존하고 있어, 도로, 공원 등 도시계획적인 뒷받침과 특화지역의 형태적 특성을 창출하기 위한 도시설계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듯 현대의 도시는 내부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해가고 있고 이를 재생이라는 일반적 용어로 사용하기도 하고 중앙정부와 광역차원의 다양한 공모사업을 통해 정주환경을 개선하고자 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현재의 도시재생이 일정한 지역단위로 진행시키기 위한 공공의 선도적 역할도 필요하지만 이처럼 소소한 즐거움과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동네차원의 세포단위도시재생을 위한 관심과 지원 그리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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