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발의할 ‘대통령 개헌안’의 내용을 모두 발표했다.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 20일 ‘전문, 기본권, 국민주권 강화 관련’, 21일 ‘지방분권 및 총강, 경제 부분’에 이어 22일 대통령 개헌안 세번째 발표로 ‘권력구조 부분’을 발표해 마무리했다.

이번 청와대의 헌법개정안 발표 과정은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얻는데는 성공했으나 반면 정치권에서는 큰 반발과 함께 파문을 일으켰다. 자유한국당 뿐 아니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궤를 같이 해온 바른미래당과 정의당까지 국회가 주도해야 할 개헌 작업을 청와대가 나서서 하는데 대해 연일 비판 입장을 내놓았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2일 청와대의 개헌안 내용 최종 발표가 나온 직후 “현행 헌법을 위반하면서 개헌을 하자는 자가당착”이라며 “청와대 개헌안은 국무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았고 법제처 심사조차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에서도 비슷한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조 수석은 이 부분에 대해 발의가 아닌 내용 설명이라며 “대통령의 참모로서 얼마든지 발의가 아닌 내용 발표를 할 수 있다”고 반박했지만, ‘안(案)’이라고 해도 심의기구인 국무회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 비서관이 먼저 대국민 발표를 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3일에 걸쳐 진행된 이번 대통령 개헌안 발표가 여러가지 문제와 논란을 야기한 것은 전적으로 청와대의 책임이다. 무엇보다 국가의 운명과 미래가 걸려있는 중차대한 문제인 개헌을 지방선거라는 정해진 일정에 꿰맞춰 국민투표에 붙이겠다는 목표 하에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

일목요연하게 대통령 개헌안 전체의 내용을 알아볼 수 있게 전문(全文)을 공개하지 않고, 분야별로 세 번에 나눠 발표한 것도 정치적 이벤트처럼 보였다. 야당에서는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거용”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조 수석이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은 지난 2월 13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위원장 정해구) 산하 조직으로 설치한 국민개헌자문특별위원회가 한달 만에 만들어낸 것이다. 조 수석은 자문위 案 전문을 발표하지 않고 세 부분으로 나눠 3일에 걸쳐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법대 교수가 3일 연속 강의처럼 국민을 학생으로 놓고  ‘한국 헌법학’강의를 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교육자문위 案 전문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조 수석이 발표한 내용과 자문위 案의 내용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으며, 언론의 비판과 여론의 반응을 점검하며 수정을 가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근본적인 문제는 헌법 전문에 새로 추가하는 이념과 역사적 사건,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대립되는 토지공개념을 명시한 것,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대통령 중심제 권력구조를 유지한 것 등이다. 청와대 참모진이 아닌 국민의 대표들이 모인 국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충분히 논의된 후에 결정돼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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