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바람 바람 바람' 포스터

<온라인충청일보> 이병헌 감독이 영화 '스물'에 이어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불륜' 소재를 이용한 코미디다. '바람 바람 바람'은 논란의 '바람'이 아닌 공감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바람 바람 바람'은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바람'의 전설 석근(이성민)과 뒤늦게 '바람'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매제 봉수(신하균), 그리고 SNS와 사랑에 빠진 봉수의 아내 미영(송지효) 앞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제니(이엘)가 나타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꼬이게 되는 상황을 그린 코미디 영화.

작품은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원제 Men in hope, 2011)을 원작으로 했다.  이병헌 감독은 "원작이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상황 보단 감정에 중점을 뒀다"면서 "부정적 소재로 인해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해석의 여지가 커질 수 있어 밸런스를 맞추는 게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밸런스를 맞추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던 듯 영화는 코미디와 인물들의 감정에 치우쳐 불륜이라는 소재를 가볍게 느껴지게 한다. 불륜이라는 소재를 웃음코드로 사용하는 것은 자칫 '불륜 미화'라는 프레임을 쓸 수 있는 대목. 영화는 이 프레임을 완전하게 벗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청춘들의 고충을 재기발랄한 상황을 통해 배우들의 대사로 적재적소에 웃음을 선사했던 '스물'과는 달리 '바람 바람 바람'은 철없는 청춘이 아닌 중년, 그것도 가정이 있는 이들의 일탈이기 때문에 성인판 '스물'이라 하기에는 철부지 어른 같은 이들의 모습이 마냥 유쾌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석근은 20년 동안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고, 매제 봉수를 알리바이로 이용하면서 의도치 않게 바람의 세계로 안내를 하게 된다. 봉수와 미영은 더 이상 설렐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8년차 부부다.

석근이 제니를 만나는 곳에 봉수는 착각해 합석하게 되고 제니는 다른 남자들과 달리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봉수에게 관심이 간다. 올곧고, 정직하며 석근이 바람을 피우는 것에 회의적이었던 봉수는 점점 제니에게 빠지게 된다.

'말맛 코미디'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낸 이병헌 감독은 자신의 장기를 살려 인물들의 대사, 의도치 않은 상황별 에피소드, 리액션 등으로 이병헌표 코미디를 만들어내는 것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불륜'이라는 예민한 소재에 대해 이병헌 감독이 고민한 흔적들도 나타난다.

그럼에도 멀쩡한 배우자들 옆에 두고 바람을 피우는 '바람 바람 바람' 속 캐릭터들의 행동은 개연성과 당위성이 다소 떨어진다. 특히 제니라는 캐릭터가 그렇다. 제니가 봉수의 가정에 스며드는 과정이나 결말은 허무하게 느껴지기까지.

겉으로 드러나는 치명적인 매력보다 내면의 당당함과 솔직함이 더욱 빛나는 '걸크러쉬'의 성격을 띄며 주체적인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남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모습을 보이는 '당구장 신' 등은 아쉬운 장면으로 남는다.

이병헌 감독은 '불륜'소재의 우려섞인 시선에 대해 "막장 코미디에서 고치길 원했다면 시작을 안했을 것 같다. 일상에서 작은 일탈에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궁금증으로 시작했다. 불륜은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 가장 큰 죄악이라고 생각한다" 면서 "코미디다보니 가볍게 느껴지고 미화하거나 옹호하는 해석이 될 법한 여지가 있기에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바람이라는 행동에 외로움이란 핑계를 둘러댄다. 외로움에서 당위성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있다. 하찮은 쾌감에 대한 허무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관객들은 이병헌 감독표 하찮은 쾌감, 허무한 '바람의 세계'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오는 4월 5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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