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사회복지사

[정혜련 사회복지사] 최근 한 용감한 부산의 여대생이 공개한 데이트폭력 CCTV를 통해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이 문제를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경찰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데이트폭력 가해자는 총 8367명이며 폭력 유형으로는 폭행 및 상해가 전체의 74%인 6233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감금·협박 1017명, 성폭력 224명 등으로 나타났다. 데이트폭력 끝에 애인을 살해해 입건된 사람은 18명이었고, 살인미수도 34명에 달했다. 특히 가해자 중 62.3%인 5213명은 기존에 가해 경험이 있는 전과자로 드러났다.

 데이트폭력은 가정폭력과 마찬가지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초기 가해자 및 피해자 분리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또다시 폭력에 노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따라서 초기에 데이트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감지해낼 수 있도록 본인이 현장에서 상담했던 피해자의 사례를 중심으로 몇 가지 공통된 문제점을 알리고자 한다.

 첫째, 데이트 상대의 외모나 성격을 비하한다. 이 과정에서 연인인 상대가 말하는 내용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고, 다툼으로 이어지거나, 피해자의 자존감을 낮추고, 가해자의 폭력의 논리를 강화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둘째,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어하고 못 만나게 한다. 친한 친구는 물론이며, 가족까지도 차단하여 폐쇄적인 인간관계를 갖도록 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은 피해자의 의견과 상관없이 마음대로 행동하고 다른 이성을 만나기도 한다.

셋째, 매우 크게 분노하고, 피해자를 비난하고 폭력을 행사한 후 사과한다. 언어폭력과 신체적 폭력을 가한 이후에 사과하고, 자신의 연약한 점(가족문제, 정서적 문제 등)과 가해자가 피해자를 사랑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피해자에게 감정적 동요를 일으킨다. 상담했던 사례 중 데이트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의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를 내는 경우도 있다.

 넷째, 이성을 만나면 무조건 의심하고 시도 때도 없이 스킨쉽과 성관계를 요구한다. 학교 선후배나 직장동료 등과 상관없이 이성과의 접촉은 무조건 의심하고 데이트상대의 상황과 기분을 고려하지 않고 성관계를 요구하며, 이 과정 중에 성폭력이 발생한다.

 다섯째,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꾸려 하고, 상대방이 소유물인 것처럼 행동한다. 이 과정에서도 다툼과 갈등이 일어나고 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여섯째, 데이트 관계에서 이별과 헤어짐은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별을 요구한 상대를 비난하며, 극심한 욕설과 폭력을 가한다.

 남의 일처럼 받아들여졌고, '사랑', '연인관계'라는 미명아래 피해자의 정당한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데이트 폭력에 대해 우리 모두가 각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상처받고 힘들었던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CCTV를 공개한 그녀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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