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을 위한 편의시설

▲ 한옥자
청주 문인협회 부회장
무심천변이 꽃 무리로 온통 뒤덮였다. 운동과 꽃을 즐기려는 인파도 넘실거렸다. 따뜻한 봄볕을 머리에 이고 모처럼 봄꽃과 함께 천변의 조깅로를 따라 걸으니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청주 무심천에는 장평교에서 신대동 환경사업소까지 약 16.5km의 자전거로와 조깅로가 펼쳐져 있다. 이곳은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통한 도심 지역 교통난 해소와 시민의 여가 선용에 이바지하고자 지난 2003년부터 건립됐는데 엄밀히 따지면 산책과 운동기능의 도로이다. 그리고 무심천개발계획에 따라 국비 13억 원, 시비 35억 원 등 총 48억 원의 사업비가 소요됐다고 한다.

공사기간에 수달의 보호 등을 주장하며 도로의 증설을 반대해오던 시민단체의 저지도 있었지만, 착공 6년 만에 전 구간 공사를 마치고 개통을 한 것이다. 그 덕분에 청주시민은 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 뜀으로서 건강증진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몇 해 전, 무릎수술을 마치고 재활운동을 하려고 이곳에 처음으로 왔을 때 청주에도 이런 시설이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흡족했었다.

각종 운동기구와 벤치, 그늘막 등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길게 뻗은 물길을 곁에 두고 삼매경에 빠져 운동을 하니 지루하지가 않았다. 그런데 그곳을 걸을 때마다 '조깅로의 폭을 조금만 넓게 했더라면'하는 아쉬움 하나가 남는다. 한정된 땅의 넓이와 예산에 맞추어 길을 만들다 보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누군가와 나란히 앞을 향해 걷다 보면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과 부딪치게 된다. 그래서 옆으로 나란히 가 아니라 앞뒤로 나란히 로 걸어야만 한다. 때에 따라서는 자전거 도로 쪽을 침범하여 걷기도 해보지만, 그것은 수시로 오가는 자전거의 운행을 막는 일이기 때문에 마음 놓고 걸을 처지는 되지 못한다.

자전거를 탈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행자의 느닷없는 자전거도로 침범으로 마음 놓고 달리지 못하고 항상 제동기를 잡을 준비 자세를 취하고 마음을 졸여야 한다. 이점은 사용자의 의식 결여도 한몫한다. 분명히 보행하는 사람의 모습과 자전거의 모습을 바닥에 그려놓아 길을 구분해 놓았건 만 가리지 않고 사용을 하다 보니 사용자 간에 수시로 불협화음이 들리곤 한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어보면 앞뒤로 나란히 걸음으로 얻는 좋은 점도 있다. 앞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나의 뒷모습을 그려보기도 하고 말의 홍수에서 벗어나 자연과 벗을 하며 마음속 대화를 할 기회이기도 하다.

오늘도 나는 동행인과 앞뒤로 걸었다. 앞사람이 걸음을 늦추면 나도 늦추고, 빨리하면 같이 맞췄다. 간혹 불편함도 느꼈지만 빠름과 느림을 조절하는 지혜를 걸음을 통해서도 배우니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동시에 얻을 기회였다.

우리는 한 생을 살며 수많은 종류의 길을 간다. 유년시절을 거쳐 학업의 길에 들어서고, 공부를 마치면 사회 일원으로서의 길을 걷는다. 길은 여러 갈래이고 종류도 여러 가지다. 그래서 항상 내가 갈 길을 선택해야 하고 이미 가고 있는 길이라면 적응하고 이겨내야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자신이 사는 길에 오롯이 만족하는 사람이 있을까.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의 모습이 보였다. 한낮에 그곳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그들은 어떤 삶의 길을 살고 있을지 자못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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