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윤 변호사

[정세윤 변호사] 최근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법 규정 개정까지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가장 대표적인 법 개정은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폐지다. 미투로 고소·고발당한 가해자들이 사회적 이슈로 인해 앞에서는 사과하고 뒤로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허위사실 내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여, 도리어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러한 "미투" 가해자들의 역고소 문제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폐지와 관련된 형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으며, 같은 취지로 지난 2015년 11월 경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진실 적시에 대한 형사 처벌을 금지하는 권고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부 국회위원의 반대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폐지안은 수차례 발의에도 불구하고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관련법률에 따라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이 인정되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인의 입장에서 공공의 이익을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사법부조차도 이러한 판단의 어려움으로 인해 하급심과 상급심의 공공의 이익에 대한 판단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을 적시하는 것만으로도 명예훼손에 해당될 잠재적 가능성이 있고(가해자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게 되는 경우 피해자가 위법성 조각 사유인 진실한 사실로써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면, 피해자가 도리어 처벌받게 됨), 무엇보다 피해자가 명예훼손죄로 고소·고발당하여 장기간 형사조사를 받고 형사재판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 것 역시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즉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외부에 공표하는 것 그 자체가 2차 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민주주의의 기본이 되는 자유권인 표현의 자유와 관련이 크므로, 이를 형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폐지에 따른 반론, 예컨대 허위사실을 사실이라고 적시하면서 관련 내용을 외부에 공표하는 사례가 많아지게 될 것을 우려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의 처벌 기준을 강화할 경우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와 촛불혁명으로 향상된 시민의식이 전제될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사실을 적시한 것은 처벌을 하지 않게 하되, 만약 허위사실을 유포했을 경우에는 처벌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며, 이는 미투 운동의 보호와 장려를 위한 전제 조건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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