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 전 언론인] 2002년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참이던 11월 아침에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위원회 현판식'이 새천년민주당사 1층에서 열린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 보도자료가 눈길을 끈 이유는 단 하나였다. 신행정수도 입지가 '충청권'이라는 것.

 이날 현판식에는 노무현 후보가 직접 참석하긴 했지만 참석한 사진기자는 한두 명뿐 언론의 관심은 상당히 조촐했다. 이 행사를 주관한 인사가 마침 청주 출신이라 몇 가지 물었다. '당선될 경우 정말 하느냐', '입지가 충청권 어디로 될 것 같으냐'. 돌아온 답변은 "노 후보가 당선되면 반드시 한다. 입지는 충청권이다. 이 사업은 충청권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당시 정치부장에게 '기사 송고 전 발제'를 구두로 했다. 이날은 마침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대전을 방문했다. 다음날 신문지면에 신행정수도 공약과 이 후보 대전 방문이 나란히 실렸다. 충청권 신행정수도 기사 첫 출발이었다. 신행정수도 충청권 입지 공약은 엄청난 폭발력을 보였다.

 충청권 표심이 노 후보에게 결집했다. 그해 12월 대선 결과 대전, 충남북에서 노 후보 120만9200표, 이 후보 95만2914표를 얻어 충청권에서 25만6286표차를 보였다. 전국적으로 노 후보 1201만4277표, 이 후보 1144만3297표를 얻어 노 후보가 57만980표차로 승리했다. 충청권 표심이 전체 선거를 견인했다.

 신행정수도 공약은 정책목표였지만, 정치적 의미를 지녔다. 정책이면서 정치적이기 때문에 정쟁 요소가 컸다. 2002년 대선 이후 16년 동안 각종 선거에서 이슈가 됐다. 충청권 표심 때문에 정치권 이목을 끌었다. 오죽하면 충청권 민심이 '누가 해달라고 했슈' 였을까.
 
 헌법에 '수도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것도 신행정수도를 추진하면서 밝혀졌다. 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위헌 소송에서 내린 판단은 '위헌'이었다. 당시 헌재는 '관습헌법' 논리를 펴며 신행정수도 건설이 '헌법에 반(反)한다'고 판결한다. 지금의 세종시는 위헌 판결 다음해인 2005년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 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을 위한 특별법(약칭 행복도시법)에 의해 건설됐다.

 지금 세종시는 여전히 헌법상으로는 신행정수도가 아니다. 신행정수도 공약으로부터 건설까지 16년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 행정중심복합도시 수정안 파동을 극복했다. 충청권 의원들의 단식 투쟁, 수많은 삭발데모와 언론보도 등 충청권은 신행정수도 공약 실천을 원하고 있다.

 개헌을 주도하고 있는 청와대가 밝힌 대통령 개헌안은 수도 이전이 가능한 '수도조항'을 신설하되,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 이 개헌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세종시가 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여야 간 법률안으로 '세종시를 수도로 한다'는 법안이 처리돼야 한다. 신행정수도 공약이 시작된 2002년으로부터 16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행정수도는 '정치적' 현안으로 남아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