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선 화가

옛 것, 우리 것이 현존하고 갤러리가 많아 다양한 문화의 공유로 마음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곳.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류의 흐름 속에 이곳 인사동 역시 상업적 통로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까칠한 바람 불고 비까지 간간히 내리는 오후의 인사동 길은 여행자들 까지 섞여 번잡스럽긴 했지만 명랑했다.

그림과 함께 '봄의 기운'이란 주제로 오용길작품전이 인사동 동산방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는 글이 신문에 소개 되었다. 그림 한 점의 끌림.

인사동 샛길로 나와 조계사 방향 대로변을 걸으며 본, 갓 길 우측에 플랜카드가 깃발처럼 펄럭였다. 문을 밀치고 들어서자 고향에 온 듯 아련한 꽃대궐이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한 점 한 점의 그림에 흠뻑 젖어 보기도 하고 전시실 중앙에 서서 다시 또 본다. 실경을 토대로 연분홍과 노랑이 주 색인, 마치 수채화 같은 느낌의 채색이 가미된 수묵담채다. 수묵과 채색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은, 조화를 이루고 있음으로 깊은 멋이 느껴졌다.

백악미술관에 들렀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글씨를 감상하고 있다. 접수대를 지나 초입에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실물크기의 단아한 모습의 작가의 사진을 시작으로 1, 2층으로 연결 된 전시작품에서 석계 장주현선생의 서예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었다.

갤러리를 돌고 상점에 들어가 물건을 구경하며 몇 시간을 걸었던가. 그새 어둠은 내려서 상가에 하나, 둘 불이 켜졌다. 고단한 다리도 쉬게 할 겸 찻집에 들렀다. 지금 나의 몸은 아메리카나 보다 부드럽고 달콤한 카푸치노를 원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이 저녁 할랑할랑 걸으며 나는 인사동 보헤미안이 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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