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퇴직을 앞두고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누군가 "퇴직 후 무엇을 할 것이냐" 물으면 자신 있게 말을 못하고 궁색한 답변으로 그 동안 시간이 없어 못했던 것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 중 여행을 많이 하고 싶고 주말이 아닌 평일에 산에도 가고 싶다 얘기한다. 평생 어머님께 의지했던 요리도 배우고 싶고, 귀에 쏙 들어오는 강의도 듣고 싶고, 남을 위한 일을 해보고 싶다.

 사물놀이를 배워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기쁨을 주고 싶어 시청 직지사물놀이 동호회에 들어갔다. 서양 악기에 비해 배우기가 쉬울 것 같아 시작했는데 세상에 쉬운 것은 없나보다. 시작한지 2년이 다 되어 가지만 매일 매일이 새롭다. 사물놀이의 가장 기본이 장구란다. 선생님은 멀티풀레어가 되어야 한다고 북과 꽹과리도 가르쳐 주신다. 어느 것 하나 쉽지가 않다. 악보를 보지 말고 몸으로 익혀야 한다고 하시는데 틀리기 일쑤다.

 지난달엔 시립요양병원에서 사물놀이를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함께 하게 되었다. 다른 회원들은 몇 번씩 다녀왔는데 필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토요일 아침 서둘러서 짐을 챙기고 설레는 맘을 안고 달려갔다. 처음 입은 사물놀이 옷이 많이 어색했다. 환자들 대부분이 언뜻 봐도 고령의 어르신으로 휠체어에 의지한 힘없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난다. 먼저 우리 회원 가족의 멋진 색스폰 연주가 있고 이어서 노년 가수들의 열창이 이어졌다. 팔십 넘으신 어르신들이 신명나게 열정적으로 부르시는 모습이 감동이다.

 어르신들의 노래에 맞춰 선생님과 우리 회원들도 따라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모두가 내 부모 같다는 생각에 환자들의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손을 잡고 흔들며 손뼉을 치도록 유도도 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처음이라 많이 떨려서인지 신명나게 사물놀이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마음은 쉬 떨쳐지질 않는다.

 긴장한 탓으로 장구채를 든 손에 땀이 흥건히 배었지만 정신없이 두드리다 보니 끝이 났다. 의지와 달리 많이 틀렸지만 아픈 어르신들을 위하여 시작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니 그리 썩 나쁘진 않다. 대부분의 어르신은 흥겨운 가락이 나와도 휠체어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표정 없는 얼굴로 시선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조차 모르겠다. 문득, 미래의 우리 모습도 저러지 싶어 씁쓸했다. 더구나 이 자리조차 올 수 없는 어르신들이 계신다니 맘이 더 먹먹할 뿐이다. 어떻게 살아야 노년의 삶이 행복할까 하는 고민을 해본다. 이곳에 오고 싶어 오신 분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살아오는 동안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열심히 삶을 살아내셨을 것이다.

 점점 늘어나는 노인요양시설 만큼 고령화에 따른 어르신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일 게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노년의 아픔을 이제 당면한 내 문제일 수 있음을 고민해야할 때인 것 같다. 석사 박사도 높지만 그 보다 더 위가 밥사 봉사라 한다. 봉사라는 이름으로 걸음마를 시작했다. 이 작은 걸음마가 퇴직 후의 의미 있는 삶이길 기대하면서 오늘도 신명나게 '궁덕쿵궁덕쿵' 장구를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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