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지난 3월 23일은 우리 영해를 사수하다 순국(殉國)한 '서해수호 55용사'를 기리는 '제3회 서해수호의 날'이었다. '국민의 하나 된 마음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힘입니다' 라는 주제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기념식 중계방송을 보며 많은 교훈을 되새기며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정부는 제2연평해전(6명), 천안함 피격(47명), 연평도 포격도발(2명) 등 서해수호 55용사를 기리고, 국토수호 결의를 다지기 위해 2016년부터 3대 도발 중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천안함 폭침(2010년 3월 26일)이 있었던 3월 넷째 주 금요일을 '서해수호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그날 기념식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으로 불참하고, 이낙연 국무총리, 송영무 국방부 장관,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등 정부 주요인사와 여야 지도부, 유족과 시민 등 7,000여 명이 참석했다.  애국가를 4절까지 제창하여 매우 뜻깊었다. 대체로 1절만 부를 때가 많은데……. 필자도 함께 부르다 주한미군사령관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했다는 빈센트 브룩스 사령관을 보고 가슴이 뭉클하였다. 브룩스 사령관이 애국가를 4절까지 막힘없이 불러 놀란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그분의 훌륭한 인품과 굳건한 한·미동맹을 보는 듯해서 무척 기뻤다. 그분처럼 애국가를 4절까지 제대로 부르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가수가 꿈이었던 장진선 중사, 언제나 바다를 지키겠다고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이용상 하사……." 천안함 폭침 시 생존한 예비역 병장 전준영 씨는 고귀한 목숨을 바쳐 산화한 동료 장병들의 이름을 차례차례 부르며 슬픔에 잠겨 목소리가 떨렸고, 눈물을 쏟는 모습을 보고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북한의  서해 도발에 맞서 싸우다 산화한 장병 55명의 이름이 불릴 때 울음바다가 되었다. 유족들은 자신의 아버지, 남편, 아들의 이름을 들으며 슬픔에 잠겨 연신 눈물을 흘렸고, 포격 주범이라는 북한 김영철의 방한 등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도 느낄 수 있었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여러 가지로 비교도 됐다.

 또한, 3월 26일은 천안함이 북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爆沈)돼 해군 장병 46명이 숨진 지 8년이 되는 날이다. 구조 임무를 수행하던 해군 1명과 민간인 9명 등 모두 56명이 목숨을 잃은 참극이었다. 필자도 현직에 있을 때 학교장 안보연수로 평택 2함대 사령부를 갔을 때 목격한 두 동강난 천안함의 처참한 모습을 지금도 결코 잊을 수 없다.

 유족들이 바라는 것은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장병들을 추모하며 그 명예를 지켜달라는 것이리라. 천안함 폭침은 5개국 국제합동조사단이 2개월여 동안 최첨단 과학 기법으로 조사한 끝에 북한 소행이라고 결론이 났는데도 일부에서 믿지 않는 사람도 있다니 한심한 일이다. 다행히 지난주 3월 29일,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국방부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해 신뢰하고 있다."고 했으니, 이제는 부끄러운 괴담 같은 것은 근절하고, 하나 된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더욱 철통같이 수호해야 하겠다.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 등 관계 개선이 진행되고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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