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연분홍 벚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꽃비가 차 앞 유리에 내려앉을 때마다 아이처럼 탄성을 쏟아냈다. 담장 너머로 다문다문 보이는 목련과는 달리 무리 지어 가로수로 피는 벚꽃은 한 계절의 상징이고 구경거리다. 눈 호강을 하면서 조금 천천히 운전하는데 대형 버스가 앞선다. www.i815.or.kr 이 버스 뒤에 선명하게 쓰여 있다. '815를 쓰는 기관이라면 어딜까? 혹시 독립기념관?' 추측이 맞았다. 나이 탓인지 무엇이든 암기하는 게 서툴고 건망증 증세도 있는데 사무실에 돌아와 컴퓨터 앞에서 주소를 쳤을 때 독립기념관 홈페이지가 열렸다.

 몇 가지 생각으로 기뻤다. 첫 번째 생각은 두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주소가 생각이 났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815라는 숫자가 주는 상징성이 내 무의식에 살아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기쁨은 올해 들어 여전히 내 인생의 주제로 떠오른 독립기념관이라는 화두가 이렇게 봄꽃을 즐기던 길가에서도 나를 툭 치고 지나간다는 사실이다.

 기념관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쓰다듬듯 화면 여기저기를 살폈다. 관람안내, 전시, 교육, 참여, 자료, 학술 등을 살피다가 학술 부분에서 이달의 독립 운동가를 소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2015년 1월 황상규 독립 운동가를 시작으로 매달 이달의 독립 운동가를 조명하고 있었는데 삼행시에 참여하도록 하고 소정의 상품도 지급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달의 독립 운동가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회도 갖고 있었다. 그들의 생에 대한 짧은 요약만으로 그 결의와 생의 가치를 다 알아낼 수는 없겠지만 시간을 두고 읽다 보니 스팀청소기로 오래된 마루를 닦듯 오염된 마음이 씻기는 것을 느꼈다.

 저 시대에 저 위치에 있었다면 나도 그들처럼 내 삶을 온통 나라를 위한 마음만으로 채울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생겼다. 나름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이기적인 목표인지 이타적인 목표인지 저울질한다면 어느 쪽으로 더 많이 기울까. 독립 운동가들의 삶에 미치기에는 어림도 없다는 생각으로 부끄럽다. 요란하게 사회정의를 위한다는 말, 혹시 했었는지 자숙해본다. 그래도 차 한 잔의 여유 시간에 남다른 삶을 엿보고 나름대로 결의를 다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좋은 책을 읽듯 간간이 마음에 좋은 쓴 약 한 알 입에 넣듯이 이달의 독립운동가들을 천천히 살펴본다. 삼행시를 따라해 보며 그곳에 마음을 둔다.

 문득 궁금했다. 나라를 위해, 시민을 위해 꼭 당선되겠다고 나온 후보들은 독립기념관 홈페이지에 접속이라도 해 본 것일까? 이달의 독립운동가들을 한 분씩 찾아보면서 나라를 위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학습해 보았을까?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사회에 노출되었는지에 따라 성격과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라를 위해 일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라면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을 헌신한 이들의 생활 태도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여 후보자들이 www.i815.or.kr에 접속하여 이달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삼행시 하나쯤은 남겨보았는지 넌지시 물어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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