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식 미즈맘산부인과 원장

[주명식 미즈맘산부인과 원장] 미국철학자인 매튜 크로포드(Matthew Crawford)는 2015년에 발표한 책에서 '주의력'을 개인의 소유자원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두의 소유도 아니라고 말한다. 대신, 모두가 필요하고 의존하는 공유 자원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살면서 누리고 있지만 그것의 소중함을 모르는 물, 땅, 공기 등과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개인의 '주의력'은 환경오염처럼 서서히 오염되어 가고 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거의 100%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그 안에 있는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2015년 OECD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5세 아이들의 하루 평균 온라인 접속 시간은 146분이라고 한다. 심지어 아이들이 마약, 술, 담배에 손을 대지 않고 있으며, 집에서 부모와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화상통화 등을 통해 가족들과 긴밀한 유대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점점 외로워하고 누군가와 소통하는 것을 어려워하며, 사회 부적응자로 길러지기도 한다. 친구가 사귀기 힘들다는 질문에 일본(30%내외), 한국(20%내외) 외에도 스웨덴이나 독일 등 유럽등지에서도 그 수치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우리는 어느 세대들보다도 시간부자, 아니 시간재벌처럼 살아가고 있다. 1시간이 걸려야 할 일을 10분 안에 해낼 수 있는 기술과 인프라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재벌이 재벌처럼 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비행기를 탈 때 돈을 들여 비즈니스석을 타는 이유는 무엇인가? 좀 더 자신만의 공간을 넓히고,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 시간재벌들은 자신의 주의력이 오염되는 것을 모른 채, 이 자원을 잘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귀찮다고 쥐어주는 스마트폰이 어린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부모들은 잘 모른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 아이를 임신하고 있을 때 신나게 하루 종일 보았던 드라마 같은 미디어가 내 아이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를 임신하고 하루 종일 집에 있으라는 소리가 아니다. 온전히 공유자원을 오염시키지 말고, 내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모든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공유자원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있는 이 때에 혼자만의 고독을 즐기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그 고독을 즐겨야 하는 이유는 그 고독을 즐겨야 내가 건강해지고, 내 아이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진실이다. 그리고 인생은 고독의 연속이다. 지금이 아니면 그 고독을 온전히 느낄 시간이 언제 찾아오겠는가. 처절하게 고독을 맞봐야 추후 찾아올 더 한 고독에 면역이 된다. 그리고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내 인생에 가장 사랑하는 내 아이와 함께다. 해 볼만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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