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재활용 쓰레기량은 세계 최고다. 국민 1인당 연간 배출하는 쓰레기량은 일회용 컵 510개, 비닐봉지 420개, 포장용 플라스틱 용기 62㎏. 일회용 컵은 전국에서 한 해 260억 개가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특히 국민 1인당 비닐봉지 사용량은 환경선진국이라는 핀란드의 100배에 달하고 포장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도 세계 2위다. 세계 최고 수준의 쓰레기 배출량이 부끄럽기만 하다.

 국민소득 1인당 3만 달러 진입을 앞둔 우리의 초라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수도권에서 촉발된 '쓰레기 대란'은 언젠가 전국에서 터질 '시한폭탄'이 터졌을 뿐이다. 겉만 보면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라는 '예고된 재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으로 비춰지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중국의 폐플라스틱과 폐지 금수 조치는 지난해 7월 예고됐고 올 1월부터 시행했지만 정부와 환경부가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채산성 악화로 업체들이 수거 거부라는 집단 행동이 현실화되자 뒤늦게 환경부는 확정되지도 않은 회수·선별업체와의 합의를 거론하며 '정상화'를 공언했지만 현장은 우왕좌왕하고 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졌다. 중국의 수입 금지 조처로 불거진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생산과 소비, 배출 등 모든 과정에서 재활용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외면했다.

 쓰레기 정책의 '속살'이 드러낸 셈이다. 재활용 시스템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생활 편의 및 소비 형태의 변화로 증가하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정부와 기업, 국민의 고통 분담은 불가피하게 됐다. 일회용품 과다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기는 계기가 돼야 한다. 프랑스가 2020년부터 플라스틱 컵, 비닐봉지 등 썩지 않는 일회용 제품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들도 최근 강력한 재활용품 감량 대책들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정부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내놨으나 정권 교체 이후 규제가 느슨해지면서 국민들의 인식 전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반성해야 한다. 이참에 명확한 기준을 정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생활에 다소 불편하더라도 가급적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의식 변화가 절실하다. 그리고 재활용품 분리배출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폐기물 재활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각 가정과 직장에서 관심을 가지고 생활에서 직접 실천하는 것만이 중요한 일이다. 국민들은 비닐 한 장이라도 깨끗하게 분리배출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환경부 등 관련 부처도 자원재생산업의 비전을 새로 세워 재활용 자원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막아야 한다. 이번 쓰레기 대란은 국민의 무관심과 정부의 무책임이 업체들의 경영환경을 악화시켜 발생한 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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