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교육부가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해 국가교육회의에서 공론화를 거쳐 8월까지 최종안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대입제도 개편을 제안했다. 선발방법에 있어서는 수시선발의 핵심인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 간의 적정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을 지금보다 낮추는 방안이다. 수시와 정시시기를 합치는 방안도 제시했다.

 11월 첫째 주에 수능을 보고 점수를 확인한 뒤 11월 말부터 정시와 수시 접수를 동시 진행하자는 안이다. 수능 평가 방식에 대한 제안에는 영어와 한국사에 한정돼 있던 절대평가를 전 과목으로 확대하는 방안, 현행 안 유지방안, 과거처럼 '수능 원점수제'로 돌아가는 세 가지 방안이 모두 담겼다. 또 학생부에서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를 폐지하는 등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도 내놨다. 교육부는 이 모든 결정권을 국가교육회의로 넘겼다.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는 나름대로 고심을 해서 내놓은 복수안이지만 국민적 지지를 받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절대평가, 정시확대, 원 점수 부활이 엉킨 모순된 정책은 처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무책임한 교육부의 '열린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이렇게 모순적이고 혼란스러운 정책은 처음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교육부가 마련한 시안엔 보수·진보 단체는 물론 여러 정책주체가 내놓은 의견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원점수를 사용하거나 수시·정시를 통합하는 방안을 선택할 경우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은 무산된다. 장기적으로 '수능을 자격 고사화하겠다'던 현 정부의 교육철학과 배치된다. 한국교총은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10년 넘게 교육부가 유지해온 입장을 갑자기 뒤바꿨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이번의 '백화점식' 시안이 6월 지방선거까지 '시간 벌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고교현장에서 터져 나온 수시정시 모집 시기 일원화 요구는 대학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가능성이 높다. 일선교장들의 의견은 "현행 대입의 가장 큰 문제는 대입 일정 때문에 고교에서 교육과정을 정상 운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2학기 성적은 수시에 반영이 안 되기 때문에 학교 시험이나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이 많아진다. 사교육 유발을 이유로 폐지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교육계는 논술전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모든 결정을 국가교육회의로 넘기고 국가교육회의가 잘못 결정하면 정부의 대입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결정권은 대통령직속자문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가 쥐고 있는데 국가교육위원들의 전문성과 중립성이 떨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점에 대해서도 귀 기울여주기 바란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이 백년대계인 만큼 한 치의 차질이라도 유발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서 결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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