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충북정론회 회장·충북대교수

[이장희 충북정론회 회장·충북대교수]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우리가 너무나도 익숙하게 알고 있는 말이다.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나아갈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 중차대한 국가사업이 곧 교육이다. 훌륭한 인성을 갖춘 시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세계 각국 유치원·초·중·고·대의 체계로 교육제도를 갖고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치든지 수학연한을 변경하는 예는 있어도 이 틀을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고급인재를 양성해야하는 대학의 신입생을 모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큰일이 아닌 듯싶다.

 지난 4월초 느닷없이 불거진 대학입시 대혼란의 신문보도는 학생을 둔 학부형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의아해하며 교육현장의 혼란을 먼 산에 불 보듯이 쳐다보기만 할 뿐 말문이 막힌다. 한마디로 중3·고1·고2·고3의 대입제도가 모두 다르다는 보도에 기가 찰 따름이다. 이대로 대학입시가 진행된다면 수시와 정시비율이 9:1 비율까지 갈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차관이 직접 전화로 '정시를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말에 기준이나 원칙도 없이 대입제도가 오락가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했다. 지난 10년간 유지해온 수시방침 확대와 다양한 입시전형의 추구가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중론이다.

 정부의 정시확대방침이 당사자인 수험생들에게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해서 예측불가하다는 난제가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다 수능제도, 학생부기재방식, 정수시 통합, 내신변화 등을 포함한 대대적인 입시개편도 예고되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중3학생을 둔 학부형들이야말로 안개 속 형국이라고 한다. 수능의 절대평가, 상대평가도 오락가락이고 수시확대문제도 특정한 지침이 없다. 특히 발표된 2020년 입시안은 '전문가들이 만들어 놓은 안'을 '전문가도 없는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기기로 했다'는 보도는 모든 공직자에게 부여된 책무성을 위반한 일이다.

 지난 몇 달간 외부전문가들이 만든 입시안을 받아서 현재의 정책과 비교검토나 진단도 하지 않은 채 많은 조합이 가능한 상태로 즉 신입생선발방법, 선발시기, 수능평가방법 등을 최적안으로 제시했어야 했다. 또한 수능평가방법에서도 전 과목 절대평가여부, 국어수학탐구만을 상대평가로, 수능원점수제 도입 등이 있으나 모든 최종 의사결정을 위임하는 셈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한다면 교육부는 아무런 정책방향이 없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대입정책은 안정적이면서 예측 가능해야하고 보편성이 담보되어야 미리 준비를 하게 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까운 심정이다. 대학평가를 위한 으름장으로 정시확대를 유도한다는 당근 시책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고 성공할 수도 없을 것이다. 장기적인 대입정책이 용역을 누구에게 주느냐에 따라, 그리고 장관 바뀔 때마다 변경된다면 백년대계를 위한 제도라고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데 입시제도는 1년용이라는 말이 영 어울리지 않는 게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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