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학 전 진천군청 회계정보과장

[정종학 전 진천군청 회계정보과장] 따스한 봄날이 갈수록 온대지에 물이 오르며 거대한 자연이 쾌적해지고 있다. 온갖 봄꽃이 달려오기 시작하니까 기분이 산뜻해진다. 꽃피는 봄이 오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하는 일마다 잘 될 거라는 꿈과 희망이 부푼다. 모든 산천초목이 생명의 싹을 틔울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아직은 새 생명의 싹이 경쾌한 휘파람을 부르기는 조금은 이른 듯하다. 인간도 마음과 삶 안의 굳은살을 도려내고 부활의 신비를 창조하려 노력하고 있다. 아지랑이 피워 오르는 어느 날 들판을 거닐어 본다.

 남녘땅 어떤 정원에 핀 매화나무에 벌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화신이 들려온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도 묵직한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있다. 밝고 가벼운 새 옷으로 단장하기에 저마다 바쁘다. 온갖 봄꽃들이 자신의 고귀함을 선보이려 앞 다투고 있다. 온실에서는 볼거리를 단장할 팬지, 비올라, 데이지 등이 훤하게 자라며 대기하고 있다. 뜰 안의 목련을 비롯해 산수유와 라일락의 꽃 봉우리가 잔뜩 맺혀 곧 터져 나올 듯하다.

 인간이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를 인정한 최초의 대상이 꽃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나라 봄꽃의 삼총사인 개나리가 먼저 피고나면 진달래가 뒤를 이어 핀다. 그 다음엔 벚꽃이 전국에서 만개하고 릴레이를 펼치며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온 세상을 고운 빛깔로 물들인 꽃을 보면 조건 없이 신비한 기쁨으로 내면이 가득 차오른다. 그 화려함과 정취가 인간의 감정을 쌀 찌우며 마음을 선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의 인품도 봄꽃과 수목처럼 향기롭고 청신한 이미지를 지녔으면 한다.

 사람은 대자연의 품안에 안겨 살아가고 있다. 꽃피는 계절이 현재 북상하고 있는데, 꽃을 보고 싫어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단 한명도 본 적이 없다. 여기저기서 봄꽃 축제의 러브콜에 언제 어디로 구경 갈까 벌써 마음이 설레며 흔들리고 있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으니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바람처럼 스쳐간 지난 세월 봄꽃이 피고 지는 것을 예순 일곱 번 보았다. 그런데도 마음을 닦는 향기로운 꽃을 볼수록 더 보고 싶고 즐거운 삶을 누리고 싶다.

 올해는 봄의 끝자락에 해묵은 볼거리를 다시 선보인다. 6·13 지방선거의 열기가 꽃바람처럼 불어오고 있다. 그런데 유권자는 말없이 가만히 구경만하고 오로지 선택만 하라고 주문한다. 선민의식에 깊이 빠진 정치는 잘못된 길목에서 헤매고 있다. 일부 사회 지도자들은 곰팡이 핀 마음을 붙잡고 돈과 권위를 좇고 있다. 정치이념과 선거문화도 달려오는 봄꽃을 보며 순수해졌으면 더욱 좋겠다. 출세의 꽃 못지않게 마음의 꽃이 곱게 피어야 우리의 미래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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