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며칠 전, 청주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선도산 산행을 하려고 모이기로 한 현암으로 향했다. 산성터널을 지나면서 벚꽃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무심천변의 벚꽃은 이미 푸른 잎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는데 수레너미 마을은 꽃동네이고 한 폭의 동양화이다. 청주시 월오동과 낭성면을 이어주는 한남금북정맥의 산줄기에 있는 고즈넉한 마을이다. 현암리(玄岩里)보다 수레너미는 전설처럼 무척 정겨운 이름이고, 수호신으로 섬긴다는 수령이 22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우람하다.

 옛날에 한 스님이 이 마을을 지나다 이곳으로 수레가 넘어갈 것이라는 예언으로 수레너미가 되었다니 재미있고 놀랍다. 예언처럼 수레와 자동차가 다니게 되었다. 청주시 산성에서 낭성을 연결하는 512호 지방도는 협소하고 심한 교통체증 때문에 산성터널이 뚫리고 4차선 도로로 탈바꿈되었으니, 옛날 그 스님의 혜안(慧眼)이 경이롭다.

 선도산을 오르는 길은 가파른 곳이 많았지만, 마침 피는 산벚꽃을 비롯 진달래와 철쭉들이 반겨주어서 힘든 줄 몰랐다. 여느 등산로처럼 외국에서 수입한 멍석을 깔아놓지 않았어도 별반 불편이 없었고,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젊음을 자랑하기도 한다. 오솔길의 호스럼을 즐기며 오르니, 만발한 벚꽃과 진달래는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소박하고 아름답다. 지금은 공해 때문에 어렵지만, 몇 십 년 전, 진달래 아니 창꽃을 많이 따먹어 입술이 붉어졌고, 항아리에 진달래술을 빚던 일 등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선도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정상은 조망도 좋지 않고 통신 중계탑이 막고 있어 좀 아쉬웠다.

 산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 친구가, "청주에서 제일 높은 산이 어느 산일까?"하는 질문에 대답이 다양했다. 우암산, 상당산, 낙가산, 것대산…. 빙그레 웃으며 주위를 바라본다. 표지석에는 해발 547.2m라고 씌어있고, 속리산 천왕봉과 안성 칠장산 방향이 표시되어 있는데 방향이 맞지 않아 돌려놓고 싶다. 중계탑 철망에 걸린 전국의 산악회의 이름표들이 바람에 나부끼며, 청주 제일봉은 선도산이고, 산경표에도 표시된 큰 산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 친구의 해박한 지식 덕분에 장님 여럿이 코끼리를 만진다는 뜻인 군맹무상(群盲撫象)은 벗어날 수 있었고, 모든 사물을 자기의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그릇되게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았다.

 산경표에 대해 알아보았다. 백두산을 중심으로 산지가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조선 후기 실학자인 신경준이 표로 정리한 것이 산경표(山徑表)이며, 지도화한 것이 산경도이다. 산경표는 산줄기의 흐름을 나타낸 것으로 백두산을 시작으로 하여 지리산까지 흐르는 산줄기를 백두대간이라 하고, 백두대간에서 1개의 정간(正幹)과 13개의 정맥(正脈)이 뻗어 나온다. 선도산은 13정맥 중 하나인 속리산 천왕봉과 안성의 칠장산으로 이어지는 한남금북정맥이니 뜻깊은 기(氣)를 받고, 주변의 사물에서부터 심오한 철학에까지 다방면에 걸쳐 새로운 눈으로 뛰어난 관찰력, 상상력, 추리력 등을 갖추고 실행하여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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