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민주당원들이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 사건은 단순한 인터넷 범죄로 치부하고 넘어갈 성질이 아니다. 한 나라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선두에서 이끌어나가는 최선봉이자 원동력으로 작용해온 정치 여론을 조작했다는 점에서 이는 엄연한 국정농단 사건이다. 특히 수사를 통해 이들이 각종 선거에도 개입한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드루킹’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 사건 핵심 혐의자 김 모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국회의원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인사청탁하고 사실상 협박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드루킹이 권력의 핵심에게 인사청탁을 하고 안 들어줬다고 해서 살아 있는 권력에 협박을 가했다는 것은 그가 정권의 핵심 세력이 쉽사리 거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비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드루넷 김 모씨는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독주해온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낙마를 이미 지난 1월에 예고했다는 점에서 충청권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또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에 따르면 드루넷은  ‘외교 경력이 없는 친문 기자’가 오사카 총영사로 발령날 것을 1월에 이미 알고 있었음을 인터넷 채팅 글에서 밝혔고, 이 예언은 3개월 후에 한겨레 신문 출신 오 모씨가 오사카 총영사에 임명돼 사실로 확인됐다. 처음에 잘 알지도 못한다고 했던 김 의원이 드루넷이 활동한 파주의 느릅나무 출판사를 최소 2번 이상 방문한 사실도 밝혀지고 있어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드루킹이 지난해 대선 경선과정에도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선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안 전 지사가 허망하게 무너진 건 일차적으로 본인의 처신에 잘못이 있는 것임은 두말한 나위도 없다. 그러나 그를 재기불능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정치적 음모가 실제로 존재했다면 그것은 정치권의 도덕성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은 물론 미투(Me too)  운동 자체의 순수성도 크게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처럼 양파 껍질처럼 끝없이 드러나는 새 의혹들을 하나 하나 명확하게 밝혀내야 하는 것이 경찰과 검찰의 의무다. 그런데도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는 느리고 무성의하기 짝이 없다. 경찰은 결정적 증거가 될 것이 뻔한 휴대폰을 133개나 압수해놓고도 한번도 통화내역을 조사하지 않고 검찰에 넘겼고, 검찰도 똑같이 휴대폰 수사를 안하고 경찰에 돌려줬다. 서로 수사하기 싫어 핑퐁치기 한 셈이다. 수사권을 갖겠다며 치열한 밥그릇 싸움을 벌이던 검·경이 이래서는 안 된다. 권력의 눈치를 보고, 수사를 지연시켜 관련자들에게 증거인멸의 시간을 벌어주는 수사기관은 결국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이 정부가 지난 정부의 댓글조작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지 잘 알고 있다.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입장을 견지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질책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야당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면 특검 도입도 적극 검토하는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전 정부에 비해 도덕성에서 비교우위에 있다는 점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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